파키스탄은 크리켓 강국이다. 세계 순위도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남아공에 이어 3위다. 축구에 대한 관심이 늘고는 있으나 아직은 미미하다. 세계 순위도 207개 국제축구연맹(FIFA) 회원국 중 164위(6월 발표 기준)에 불과하다. 지금껏 월드컵 본선에 오른 적도 없다. 하지만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파키스탄은 자주 회자된다. 대회 공인구 브라주카의 70%가량이 ‘메이드 인 파키스탄’이다. 파키스탄은 이미 브라주카를 포함해 축구공 4200만개 수출을 계약한 상태다. 챔피언스리그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쓰이는 공들도 파키스탄에서 생산된다.
브라주카 생산 노동자의 90%는 히잡을 쓴 파키스탄 여인들이다. 그들 대부분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도 잘 모른다. 그래도 외신과의 인터뷰 때마다 “세계적 행사에 동참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아침 8시부터 시작되는 작업은 단순하지만 세밀함이 요구된다. 일단 거푸집을 이용해 똑같은 크기의 6개 가죽조각(패널)을 찍어낸 뒤 무게를 측정하고, 둥그런 공 위에 입체 퍼즐 맞추듯 평평한 조각을 하나씩 붙여나간다. 공 하나당 작업 시간은 40여분. 공과 조각 사이에 먼지가 달라붙을 수 있어 작업은 신속하게 이뤄져야만 한다. 뒤이어 모서리 부분을 접착제로 붙이고, 특수 밀폐제로 이음 부분(심)을 한 번 더 잡아준다. 압축기로 정확한 모양을 잡는 과정도 필수다.
브라주카를 만드는 노동의 대가는 월 1만루피(102달러). 브라주카 한 개 정품 가격(미국 160달러)보다 적다. 중국의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값싼 파키스탄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더 늘었다. 브라주카도 중국 업체가 물량을 댈 수 없어 파키스탄 업체가 맡게 됐다.
브라주카는 ‘브라질 사람’을 뜻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파키스탄 사람’이 있다. 더불어 1960~70년대 공장 한쪽에서 미싱질을 하던 한국 사람도 보인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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