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스페인 최대 스포츠 전문지 <마르카>의 19일(한국시각) 헤드라인이다.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의 조별 예선 탈락은 그만큼 충격적이다. 스페인은 유로 2008, 2010 남아공월드컵, 유로 2012 등을 제패했던 ‘무적함대’였다. 그런데도 네덜란드에 1-5, 칠레에 0-2로 패하면서 2014 브라질월드컵 두 경기 만에 탈락을 확정지었다.
스페인 마드리드도 ‘쇼킹 모드’다. 경기 뒤 동료들과 마드리드 거리를 배회하던 이니고 카르모나(19)는 <엘에이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껏 스페인이 이기는 것만 봐왔기 때문에 상당히 충격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페인 축구를 보면서 참담한 현실을 잊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굴욕감마저 느낀다”고 했다. 마드리드 대학생인 셀리아 로페즈는 <에이피>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델 보스케 감독은 2013~2014 시즌 때 팀에서 거의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이름값만 있는 유명 선수들을 기용했다. 그들은 승리에 대한 갈망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선수들의 열정 부족을 탓하는 팬들도 꽤 됐다. 발렌시아 출신의 한 스페인 팬은 “모든 것을 이룬 스페인 대표팀이 다시 한 번 역사를 만들기 위한 열정이 부족했던 것 같다”면서 “델 보스케 감독은 차라리 젊은 선수들을 기용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브라질에서 직접 경기를 관전한 한 스페인 팬은 “정말 터무니없는 경기였다. 선수들은 정말 피곤한 듯이 움직였고, 이기려는 마음조차도 없는 것 같았다”고 분노했다. 마드리드 출신의 베아트리츠 코랄은 “그동안 이겼던 게 꿈처럼 느껴진다. 최근의 경제 위기 속에서 유일한 행복이 축구였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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