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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록신’ 뜨자 4분만에 ‘끝’

등록 2014-06-15 20:38수정 2014-06-15 21:46

0-1 끌려가던 코트디부아르
후반전 드로그바 교체투입 뒤
연속골 터져 일본에 2-1 승리
“일 수비, 드로그바에 시선 뺏겨”
코트디부아르가 일본에 0-1로 끌려가던 후반 14분. 브라질 헤시피 페르남부쿠 경기장의 관중석이 술렁였다. 전광판 화면에 교체 출전을 준비하는 디디에 드로그바(36·갈라타사라이)의 모습이 잡혔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평가받는 드로그바는 사타구니 부상 탓에 선발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슈퍼스타’가 등장하자 축구팬들은 즐거워했지만, 상대팀 일본은 엄청난 압박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결과를 확인하기까지는 불과 4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코트디부아르는 15일(한국시각) 열린 브라질월드컵 C조 예선 일본과의 경기에서 전반 16분 혼다 게이스케(AC밀란)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만회골을 위해 공격수들이 서로 위치를 바꿔가며 기회를 계속 만들어냈지만 결정적 한방이 부족했다. 후반 17분 드로그바가 교체 투입되자 반전이 일어났다. 일본 수비수들이 드로그바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사이에 다른 공격수들에게 기회가 온 것이다. 드로그바 투입 2분 뒤인 후반 19분 오른쪽 측면에서 세르주 오리에(툴루즈)가 올린 크로스를 받아 윌프리드 보니(스완지시티)가 앞으로 넘어지며 헤딩골을 터뜨렸다. 흥분이 가라앉기도 전에 오리에가 비슷한 위치에서 크로스를 또 올렸고, 제르비뉴(AS로마)의 헤딩슛이 골그물을 또 흔들었다. 불과 98초 뒤에 터진 ‘데자뷔’ 같은 골이었다.

최경식 축구 해설위원은 “일본의 밀집수비가 드로그바에게 순간적으로 시선을 빼앗기며 자리를 비웠고, 다른 공격수가 빈 공간에 뛰어들어가면서 골이 나왔다”고 말했다. 드로그바가 직접 골을 넣진 않았지만 ‘드로그바 효과’로 골이 터졌다는 분석이다. 영국 매체 <가디언>도 “드로그바가 벤치에서 벗어나는 순간과 코트디부아르가 기회를 골로 만드는 순간이 일치했다. 드로그바의 투입으로 일본 수비진이 고민에 빠졌을 때 보니와 제르비뉴가 골을 터뜨렸다”고 전했다. 드로그바는 첼시 소속 시절 국내팬들이 붙여준 ‘드록신’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경기의 양상을 극적으로 바꿔놓았다. 이 경기의 ‘맨 오브 매치’(최우수선수)는 야야 투레(맨체스터시티)였지만 드로그바의 존재감이 일등공신이었다.

드로그바는 키 189㎝, 몸무게 91㎏의 당당한 체격과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강한 몸싸움이 특기인 스트라이커다. 2000년대 첼시의 전성기를 이끌며 팀을 유럽 클럽축구 정상에 올려놨다. 2009~2010 시즌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29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을 차지했고 팀도 정상에 올랐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드로그바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마지막으로 첼시를 떠났다. 중국의 상하이 선화를 거쳐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터키 갈라타사라이의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다. 조국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 그는, 코트디부아르가 2006년 독일월드컵 본선에 사상 처음으로 진출하자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서 “적어도 일주일만 전쟁을 멈춰달라”고 호소해 정부군과 반군 사이의 내전을 중단시켰다. 2010년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히기도 했다.

일본은 평가전 때와 달리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 경기를 중계한 차범근 <에스비에스> 해설위원은 “일본 선수들이 어딘지 모르게 감각이 둔탁하다. 평가전에서 보여주던 패스 플레이가 나오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날 경기는 브라질월드컵 64경기 가운데 유일하게 밤 10시(현지시각)에 열렸다. 국제축구연맹이 <엔에이치케이> 등 일본 방송사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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