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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2013~2014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헐시티의 경기. 맨유의 ‘살아있는 전설’ 라이언 긱스(41)는 전반에는 감독으로, 후반에는 선수로 뛰었다. 데이비드 모이스 감독 경질 뒤 ‘플레잉 감독’이 된 긱스는 그동안 그라운드 밖에서 사령탑 역할만 했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선수 겸 감독이 경기에 직접 뛴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킹 케니’로 불린 케니 달글리시가 대표적이다. 달글리시는 감독 겸 선수로 뛴 첫 시즌(1985~1986) 마지막 경기(첼시전)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리버풀을 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리버풀에서 5년여 동안 감독 겸 선수로 뛰며 ‘선수’로는 13골(52경기)을 넣었고, ‘감독’으로서는 187승78패42무(승률 60.91%)의 성적을 올렸다. 리그 우승 3차례, 컵 대회 우승 2차례 등의 업적으로 ‘올해의 감독’으로 3번이나 선정됐다. 글렌 호들(93~96년), 뤼트 굴리트(96~98년), 잔루카 비알리(98~2000년) 등도 첼시에서 선수 겸 감독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한국프로야구에서는 백인천 전 롯데 감독이 프로 원년인 1982년 엠비시(MBC) 청룡에서 선수 겸 감독으로 뛰었다. 일본프로야구에서 뛰었던 경험을 앞세워 ‘선수’로서는 지금껏 깨지지 않고 있는 4할대 타율(0.412)을 기록했고, ‘감독’으로서는 80경기 46승34패(승률 0.575)로 팀을 리그 3위로 이끌었다. 백 전 감독은 “지명타자였기 때문에 대부분 더그아웃에서 작전 지시를 내렸고, 출루했을 때는 수신호로 3루 코치와 작전 내용을 주고받았다. 경기 안에서 상황을 조율할 수 있어 반박자 빠르게 작전을 낼 수 있는 이점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일본프로야구에서는 올 시즌에도 선수 겸 감독으로 뛰는 이가 있다. 주니치 드래건스의 포수 다니시게 모토노부(44)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말 4년 감독 계약을 한 다니시게는 감독과 선수 연봉을 따로 받고 있다. 6일 현재 주니치는 13승19패로 리그 4위에 올라 있고, 다니시게는 22경기에서 포수 마스크를 썼다. 다니시게 이전에도 후루타 아쓰야가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2년(2006~2007년) 동안 감독 겸 포수로 뛰었다. 이들에 앞서 노무라 가쓰야도 1970년대에 감독 겸 선수로 활약했는데, 노무라의 포지션도 포수였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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