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 인수 효과는
“국내 스포츠 산업도 고도화
전문적인 팬 관리 능력 중요”
20년간 쌓아온 노하우 펼칠 듯
삼성전자 손떼 지원약화 우려도
“국내 스포츠 산업도 고도화
전문적인 팬 관리 능력 중요”
20년간 쌓아온 노하우 펼칠 듯
삼성전자 손떼 지원약화 우려도
제일기획이 인수하면서 사실상 제2의 창단을 선언하게 된 프로축구 수원 삼성이 침체된 K리그에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삼성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은 지난 19일 경영위원회를 통해 삼성전자로부터 수원 삼성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새달 1일까지 삼성전자 보유 구단 주식 40만주 전량을 인수한다. 구단 운영 주체가 바뀌지만, 팀 명칭은 ‘수원 삼성 블루윙즈’로 유지된다. 제일기획 쪽은 “K리그 흥행에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는 새로운 프로축구단 모델을 만들겠다”고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 왜 바뀌었나? 1995년 창단된 수원 삼성은 오랫동안 명문 구단으로 이름을 떨쳤다. 다른 구단들에 비해 10년 이상 뒤늦게 출범했으나 과감한 투자로 김호·차범근 등 국가대표 출신 감독과 실력 있는 국내 스타와 용병들을 영입해 단기간에 K리그 4회 우승(1998·1999·2004·2008)을 일궈냈다. 축구협회(FA)컵 3회, 아시안클럽컵 2회, 아시안슈퍼컵 2회, 리그컵 6회 우승 등을 포함하면 총 22개의 타이틀을 획득했다. 그러나 2009년 이후로는 명문 구단으로서 존재감을 잃었다. 윤성효 감독에 이어 2012년 말 서정원 감독이 팀을 맡고 ‘인민 루니’ 정대세까지 가세했으나 지난 시즌 5위로 밀렸다. 2012년 4위, 2011년 5위에 그쳤다.
운영 주체를 이번에 바꾼 것은 구단 운영을 효율화해 다시 명문 구단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모기업이던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으로 연간 250억~300억원의 돈을 대고 프로축구단을 운영했지만 사실 투자에 비해 관심이 적었다는 게 삼성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제조업에 기반을 두고 있어 의사결정 과정이 매우 복잡한 게 단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의 한 관계자는 “용병 한명 수입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는 등 비효율적인 의사결정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 “제일기획의 마케팅 능력 기대” 제일기획은 “국내 스포츠 사업이 선진국과 같이 고도화·산업화되면서 전문적인 팬 관리와 마케팅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지난 20년 동안 스포츠마케팅 사업을 해온 전문 회사로 이번 수원 삼성 인수 이후 더욱 다양한 스포츠마케팅 활동을 통해 프로구단뿐 아니라 K리그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제일기획은 과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삼성월드챔피언십을 개최하는 등 스포츠마케팅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프로축구단을 인수하면서 태스크포스팀(TFT)을 가동하기로 했다.
수원 삼성은 삼성전자가 모기업일 때는 다양한 스폰서를 구하는 데 제한이 있었다. 과거 신한카드가 연간 30억원을 내고 메인 스폰서로 나서겠다고 했으나 삼성 계열사로 삼성카드가 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앞으로는 이런 제약이 없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고 삼성전자가 후원에서 빠지는 것은 아니다.
제일기획은 2010년부터 ‘블루랄라’ 캠페인을 진행하며 실질적으로 수원 삼성 마케팅 업무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대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의 스포츠마케팅 노하우와 프로축구단 운영이 결합되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실질적 오너가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46) 부회장이라면, 제일기획 오너는 이 회장의 둘째 딸인 이서현(41) 삼성에버랜드 사장이다. 실질적인 구단주가 이서현 사장으로 바뀐 것이다. 이석명 수원 삼성 단장은 “구단 모기업이 바뀐 건 제일기획 쪽에서 적극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축구단에 매력을 느낀 것 같다. 구단 입장에서는 더욱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업이익 30조원대의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가 손을 떼면서 구단 지원이 약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수원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100억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 강화의 핵인 특급 용병 영입도 인색하다. 최근 몇년 사이 삼성은 삼성월드챔피언십을 없애고 국내프로골프대회 후원도 줄이는 등 스포츠 투자에서 발을 빼는 모습도 보였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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