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2013-201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올림피아코스(그리스)와의 2차 홈경기에서, 로빈 판 페르시(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페널티 킥을 성공시키고 있다. 1차전 그리스 원정에서 졸전 끝에 0-2로 완패했던 맨유는 이날 페르시의 해트트릭 수훈(3-0 승)으로 1·2차전 합계 3-2로 앞서며 간신히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연합뉴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극장에서 한편의 기적 같은 드라마가 쓰여졌다. 8강 진출을 위해 무려 3골 차 승리가 필요한 상황. 네덜란드 출신 노련한 골잡이 로빈 판페르시(31)가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팀은 물론, 경질 위기에 몰렸던 데이비드 모이스(51) 감독까지 살려낸 것이다.
20일 새벽(이하 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2013~201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최종 2차전. 맨유는 그리스의 강호 올림피아코스를 3-0으로 눌러 합계 전적 3-2로 앞서며 극적으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원정 1차전에서 0-2 참패를 당해 벼랑 끝에 몰린 맨유였으나 모처럼 공격과 수비에서 강팀 다운 면모를 보여주며 완승을 거뒀다. 이번 시즌 모이스 감독 부임 이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7위로 밀리는 등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는 맨유는 챔피언스리그에서 중도 탈락하면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에 휘말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골키퍼 데 헤아는 이날 4개의 세이브를 기록하는 등 눈부신 선방을 보여주며 팀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 오른쪽 미드필더로 출전한 안토니오 발렌시아는 전반 8분 상대 선수와의 충돌로 왼쪽 눈덩이가 부어올랐으나 후반 중반까지 뛰는 등 투혼을 보여줬다. 41살 노장 라이언 긱스는 중앙 미드필더로 출격해 전·후반 풀타임 경기장을 누비며 팀 공격을 주도했다. 맨유는 이날 공점유율에서는 49%로 약간 뒤졌고, 전체 슈팅수에서도 12-14로 열세였다. 그러나 유효슈팅은 9-7로 앞섰고 무엇보다 판페르시의 결정력이 돋보였다.
모이스 감독은 이날 긱스와 마이클 캐릭을 중원에 배치하는 등 새로운 용병술로 나왔고 이는 적중했다. 판페르시와 웨인 루니가 최전방 공격수, 대니 웰벡이 왼쪽 공격수로 출격했다. 노장 리오 퍼디낸드와 필리 존스가 중앙 수비수로 포진했다. 맨유는 전반 25분 페널티킥으로 귀중한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중원에서 문전으로 올라온 공을 판페르시가 가슴으로 잡는 순간 올림피아코스 수비수가 뒤에서 밀어버렸고, 주심은 곧바로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판페르시는 직접 키커로 나서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전반 추가시간 1분께는 루니가 오른쪽 측면에서 문전으로 낮게 공을 찔러주자, 왼발 인사이드 슈팅으로 골문을 갈랐다. 그의 골로 합계 전적 2-2가 됐다.
맨유는 8강에 가기 위해선 1골이 더 필요했다. 그런데 후반 초반 기회가 왔다. 대니 웰백이 아크 오른쪽 부근에서 프리킥을 얻어냈고, 판페르시는 후반 7분 절묘한 왼발 감아차기로 골문 왼쪽을 갈랐다. 이대로 끝나면 맨유가 8강에 진출하는 상황. 그러나 1골을 내주면 합계 전적 3-3이 돼 ‘원정 다득점 우선 원칙’에 따라 올림피아코스가 8강에 오르기 때문에 맨유 팬들은 이후 40여분 동안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올림피아코스의 반격은 때로는 매서웠지만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편 독일 분데스리가 강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이날 제니트(러시아)와의 홈 2차전에서 1-2로 패했지만 합계 전적 5-4로 앞서 8강에 합류했다. 이로써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팀은 FC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상 스페인), 바이에른 뮌헨,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이상 독일), 첼시, 맨유(이상 잉글랜드), 파리 생제르맹(프랑스)으로 정해졌다. 8강전 대진은 21일 추첨으로 결정된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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