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프로축구, 자본력으로 급성장
광저우는 아시아 최강 클럽으로
데얀·하대성 등 K리그 스타들도
3배 많은 연봉 받고 대거 중국행
국내 구단들은 예산 동결·삭감
“투자 줄어 축구 산업기반 약화”
아시안컵 등 국제대회에도 영향
광저우는 아시아 최강 클럽으로
데얀·하대성 등 K리그 스타들도
3배 많은 연봉 받고 대거 중국행
국내 구단들은 예산 동결·삭감
“투자 줄어 축구 산업기반 약화”
아시안컵 등 국제대회에도 영향
한국 축구는 지금도 ‘아시아의 맹주’라 자부할 수 있는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일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클럽축구 무대에서는 거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이 무섭게 치고 올라와 산업적 기반이 취약한 K리그를 위협하고 있다. 국가대항전인 아시안컵에서는 일본에 밀려 2000년대 이후 절대 열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스시스템 구축, 프로축구 활성화 등 근본적 대책 없이, 월드컵 본선 8회 연속 진출,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등 달콤한 열매에만 안주하고 있다가는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문선 성남FC 대표이사는 “이미 예상된 결과다.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다 보니 프로축구 산업기반이 약화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 클럽축구 새 강호로 떠오른 중국 무엇보다 K리그가 프로야구 등에 밀려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 지독한 ‘공한증’에 시달리던 중국이 과감한 투자로 프로축구 무대에서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지난 18일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G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그런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전북 현대는 중국 슈퍼리그 최강 광저우 에버그란데한테 1-3 패배의 수모를 당했다. 원정의 불리함, 정인환의 2-2 헤딩 동점골을 무효화시킨 주심 판정의 석연치 않음도 있었으나, 골 결정력 등 실력차는 확연해 보였다. 광저우는 지난해에도 ‘대한민국 대표 구단’을 자처해온 FC서울을 결승전에서 제치고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올해 2연패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근 4년 동안은 K리그 팀들의 초강세였다. 2009년 포항 스틸러스, 2010년 성남 일화, 2012년 울산 현대 등 세차례나 우승트로피를 가져왔다. 2011년에만 전북 현대가 카타르 알사드의 ‘침대축구’에 휘말려 아쉽게 준우승에 그친 바 있다. 그러나 이젠 중동세가 아닌 중국세가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
■ K리거의 ‘중국 러시’에 구경만 하는 구단들 중국 슈퍼리그에 최근 주요 스타들을 빼앗기면서 K리그의 위기 의식은 더 커졌다. 지난 시즌 득점왕 데얀과 하대성이 각각 장쑤 순톈(세인트)과 베이징 궈안으로 간 것이 대표적이다. 홍명보호 수비형 미드필더 박종우와 장현수도 광저우 푸리로 이적하는 등 10여명의 스타들이 슈퍼리그로 떠났다. 이들의 중국행은 K리그의 3배나 되는 것으로 알려진 연봉 때문이다. 기업형과 시·도민형이 혼재된 K리그 구단들이 예산 동결 및 삭감으로 스타들의 연봉에 인색하면서 중국으로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클럽축구는 결국 구단의 재정능력이 좌우한다. 광저우는 인터밀란 등 세계적 명문 클럽을 지도했던 이탈리아 출신 명장 마르첼로 리피 감독을 비롯해 특급스타들을 영입해 아시아 정상에 섰다. 2010년 헝다 부동산그룹이 클럽을 인수한 이후 막대한 자금력으로 신흥 강호로 떠오른 것이다. 광저우가 나서자 다른 중국 구단들도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 시즌 K리그 우승팀 포항은 올해도 외국인 선수 하나 영입하지 않는 등 짠 경영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가 모기업인 수원 삼성 등도 마찬가지다. 김대길 <케이비스에 엔(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중국이 경제성장을 하면서 축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앞으로 아시아 클럽축구의 블랙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일본에 밀린 아시안컵 ‘우승은 언제?’ 아시아축구연맹이 지난 17일 발표한 2015 아시안컵(1월4~26일·호주) 본선 시드 배정에서 한국은 톱시드에서 제외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0위로 이란(42위), 일본(48위), 우즈베키스탄(55위)한테 밀린 탓이다. 호주는 한국보다 낮은 63위였지만 개최국이라는 이유로 1번 시드가 됐다. 피파 랭킹을 포트 배정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물론 피파 랭킹이 객관적 전력을 비교 평가할 수 있는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홍명보호가 지난 6일(한국시각) 아테네에서 열린 랭킹 12위 그리스와의 평가전에서 2-0 완승을 거둔 것은 그런 단면을 보여준다.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이 피파 랭킹 9위로 추락한 것도, 브라질월드컵 남미예선을 치르지 않아 랭킹 포인트를 쌓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아시안컵에서 1956년과 60년 1, 2회 대회 때 우승한 이후 50여년 동안 한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2000년대 들어 일본이 3회, 이라크가 1회 우승할 때 한국은 3위만 3번, 8강 1번 등으로 들러리 신세로 전락했다. 한국 축구가 명실상부한 아시아 맹주임을 자처하려면 내년 초 아시안컵 우승이 필수적이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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