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동안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를 들여다보면, FC바르셀로나(바르사)와 레알 마드리드(레알)의 양강 구도는 너무나 견고했다. 두 팀 이외에 어느 팀도 감히 우승을 넘볼 수 없었다. 리오넬 메시(바르사)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등 지구촌 최고 스타들이 나타난 이후로는 더욱 그랬다. 2003~2004 시즌 발렌시아가 바르사를 승점 5점 차로 제치고 우승한 뒤로 9시즌 동안 두 팀이 우승트로피를 나눠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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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즌 만에 ‘흔들’ 양강 구도 그런데 2013~2014 시즌 들어 철옹성 같던 양강 구도가 깨질 조짐이다. 레알의 지역 라이벌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것이다. 아르헨니타 대표팀 미드필더 출신 디에고 시메오네(44) 감독이 이끄는 아틀레티코는 지난 2일 비센테 칼데론 경기장에 열린 레알 소시에다드와의 안방 22라운드에서 4-0 대승을 거두고 마침내 단독선두로 올라섰다. 18승3무1패 승점 57. 바르사(승점 54)와 레알(승점 54)한테 승점 3점 차로 앞섰다. 1995~96 시즌 더블을 달성한 이후 18년 만에 리그 맨 위에 이름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물론 아직 팀당 16경기가 남아 있어 아틀레티코가 우승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날 스탠드를 가득 메운 홈팬 5만1800여명은 승리의 기쁨과 함께 전날 75살로 사망한 소속팀의 ‘레전드’ 루이스 아라고네스 감독을 애도하는 행사도 벌여 의미가 더했다. 그의 얼굴이 그려진 대형 펼침막을 스탠드에 내걸고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아라고네스 감독은 유로 2008에서 스페인대표팀을 이끌고 우승을 이끌어냈던 명장이지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골잡이로, 감독으로 이름을 떨쳤다. 선수와 감독으로 두번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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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카오 공백 메운 디에고 코스타 아틀레티코 돌풍의 주역은 바르사에서 이적해온 다비드 비야(33)와 브라질 출신의 골잡이 디에고 코스타(26)다. 아라고네스 감독 시절 스페인의 유로 2008 우승 주역인 비야는 이번 시즌 22경기 11골 3도움을 기록하며 바르사에서 밀려난 설움을 털어내고 있다.
그러나 디에고 코스타의 활약이 더 두드러진다. 22경기 20골 3도움으로 팀내 최고의 득점원으로 맹활약중이다. 22골로 득점선두인 호날두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아틀레티코는 시즌 전 ‘콜롬비아 특급 골잡이’ 라다멜 팔카오(28)가 프랑스의 AS모나코로 이적하면서 공격력 약화를 우려했으나, 코스타가 공백을 완전히 메우면서 기세를 올리고 있다.
코스타의 경력은 화려하지 않다. 2007년 여름 포르투갈 브라가에서 아틀레티코로 이적했으나 당시 우루과이 출신 디에고 포를란, 아르헨티나의 세르히오 아궤로 등 특급 스타들에 밀려 벤치 신세를 져야만 했다. 그러면서 레알 바야돌리드, 라요 바예카노 등 약체 팀으로 임대되는 등 곡절을 겪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 정규리그 31경기에 출장해 10골 7도움을 올리며 두각을 나타냈고 이번 시즌 절정의 골감각을 과시하고 있다. 브라질대표팀 멤버는 아니지만 라 리가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아틀레티코가 기세를 올리는 사이, 줄곧 선두를 달리던 바르사는 지난 1일 홈에서 발렌시아한테 2-3으로 덜미를 잡히면서 주춤했다. 레알도 2일 애슬레틱 빌바오와의 원정에서 1-1로 비기면서 3위로 내려앉았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