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이 17일(현지시각) 첼시와의 캐피털원컵 8강전에서 연장 후반 종료 2분 전 극적인 역전 결승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선덜랜드/액션이미지스 뉴스1
캐피털원컵 8강전 역전 결승골
잉글랜드 진출 두시즌만에 첫 골
연장 막판 오른발 슛 들어가자
선덜랜드 안방팬 2만여명 환호
적장 모리뉴, 충격패에 고개 떨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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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013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완지시티에서 맹위를 떨칠 때, 기성용은 ‘기라드’라 불렸다. 전통의 강호 리버풀의 ‘영원한 캡틴’ 스티븐 제라드(33)를 빗대어 붙여진 별명이었다. 스스로도 제라드의 축구 스타일을 닮고 싶어해 그렇게 불리는 걸 좋아했다. 중앙 미드필더로서 공격과 수비를 넘나드는 등 폭넓은 움직임, 날카로운 프리킥과 코너킥, 강력한 중거리슈팅….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최종 예선에서도 대표팀의 기성용은 상대 공격을 1차로 저지하는 ‘더블 볼란치’(4-2-3-1 포메이션에서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이자, 프리킥과 코너킥을 전담하는 공격의 시발점이기도 했다. 공격과 수비의 중심축인 그의 활약 여부에 따라 한국 축구가 죽고 살고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뛰다가 지난해 8월 스완지시티로 이적한 뒤 올해 9월 선덜랜드로 임대된 기성용(24). 그가 두 시즌 만에 잉글랜드 무대 마수걸이 골을 작렬시키며 내년 브라질월드컵 본선을 앞둔 홍명보호에 낭보를 전했다. 그가 골을 작렬시킨 상대는 강호 첼시. 천하의 조제 모리뉴(50) 감독도 고개를 떨궜다.
선덜랜드는 17일(현지시각) 안방인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 열린 2013~2014 캐피털원컵 8강전에서 연장 후반 종료 2분 전 터진 기성용의 천금 같은 골로 첼시한테 2-1 역전승을 거두고 4강에 올랐다. 골지역 왼쪽에 있던 기성용은 문전 중앙에서 파비오 보리니가 연결해준 공을 받은 뒤 중앙으로 공을 쳐놓고 날카로운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을 갈랐다. 이후 기성용은 상의를 벗은 채 그라운드를 돌며 포효했고, 2만여명의 홈팬들은 환호의 도가니에 빠졌다.
정규리그 3위를 달리는 강호이면서 최하위(20위)인 선덜랜드에 쓴잔을 마신 모리뉴 감독은 참담한 표정을 지으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경기 뒤 공식 인터뷰 자리에서 모리뉴는 고개를 떨군 채 “우리 선수들을 나무라지 않겠다. 좋은 경기를 했다. 공 점유율도 높았다. 하지만 축구에서는 놀라운 일이 발생하고 반복된다”며 아쉬워했다.
기성용은 이날 선발 출전하지는 못했다. 팀이 0-1로 뒤지던 후반 18분 크레이그 가드너와 교체 투입됐고 결국 일을 냈다. 지난 2월 스완지시티의 캐피털원컵 우승 주역이었던 기성용은 ‘리그컵의 사나이’임을 다시한번 보여줬다.
선덜랜드는 이날 오스카르, 에덴 아자르 등 주전 미드필더를 주전으로 출전시키지 않은 첼시를 맞아 후반 시작하자마자 자책골을 기록하며 0-1로 뒤졌다. 그러나 후반 43분 파비오 보리니의 동점골이 극적으로 터지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고, 기성용은 역전 드라마의 영웅이 됐다.
기성용은 자신을 임대해온 파올로 디 카니오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면서 입지가 불안해지는 듯했지만, 이번 골로 구스타보 포예트 감독에게 신임을 받게 됐다. 경기 뒤 기성용은 “믿기지 않는다. 골을 넣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고 팀의 4강 진출에 보탬이 되려고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기성용이 ‘성공의 열쇠’가 됐다고 높게 평가했고, 축구 전문 사이트 <골닷컴>은 기성용에게 두팀 선수 통틀어 최고 평점인 4(만점 5)를 부여했다. <유로스포츠>는 기성용에게 평점 8을 줬다, 팀 동료 리 캐터몰(9점)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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