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욱 선수가 10일 경기도 용인의 한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 축구공을 가슴에 품고 밝게 웃고 있다. 용인/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올해를 빛낸 스타 ④ ‘K리그 MVP’ 울산 김신욱
우승·득점왕 모두 놓쳤지만
홍명보호 원톱으로 맹활약
“목표 못 이뤄 간절함 커져
박주영 형과 선의의 경쟁”
우승·득점왕 모두 놓쳤지만
홍명보호 원톱으로 맹활약
“목표 못 이뤄 간절함 커져
박주영 형과 선의의 경쟁”
“브라질월드컵에 가고 싶은 욕심이 더 생겼어요.”
2014 브라질월드컵 조 추첨식이 열린 7일 새벽(한국시각). 그는 ‘붉은 악마’들과 함께 서울 영등포 씨지브이(CGV)에서 한국 등 본선 진출 32개 팀이 어느 조에 편성되는지를 지켜봤다. “태어나서 그렇게 관심을 갖고 월드컵 조 추첨식을 지켜본 것은 처음이에요. 저희보다 다 강팀들인데, 국민들은 추첨 결과 보고 만족하더군요. 저는 부담을 더욱 느끼게 됐어요. 대표팀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걱정이 많아졌어요.”
K리그 클래식 울산 현대의 ‘고공 폭격기’ 김신욱(25·1m97, 93㎏). 홍명보호의 주전 원톱으로 급부상한 그에게 올 한해는 매우 뜻깊지만 그만큼 어깨도 무겁다. 정규리그를 생각하면 아쉬움도 크다. 울산이 시즌 최종전에서 포항 스틸러스한테 0-1로 지는 바람에 8년 만의 우승을 놓쳤다. 다 잡았다고 생각했던 득점왕도 ‘몬테네그로 특급’ 데얀(32·FC서울)에게 내주고 말았다. 19골로 같았으나 경기 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득점왕은 최종전에 (경고 누적으로) 못 나가게 됐을 때 이미 내려놨어요. 우승에 대한 욕심은 늘 가지고 있었는데…. 가장 충격적인 패배였어요.”
그래도 토종 골잡이로서 최고 활약을 펼친 것을 인정받아 지난 3일 올해 K리그 클래식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았다. “우승 못 한 것이 오히려 간절함을 더하게 하는 것 같아요. 목표를 이룬 다음 무너진 선수 많이 봤어요. 내년에 다시 우승하겠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즌 뒤 휴가 기간이지만 9일부터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경기도 용인시 수지에 있는 자택 부근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 몸 만들기에 들어갔다. 홍명보호의 내년 1월 브라질·미국 전지훈련에 대비해야 하고, 내년 시즌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잠시라도 쉴 여유가 없다. “제가 홍명보호 주전이라고요?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잖아요. 최종 엔트리가 결정된 것도 아니고, 더욱 열심히 해야죠.”
대표팀에서 김신욱의 경쟁자는 지동원(22·선덜랜드)이지만 박주영(28·아스널)이 내년 가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주영 형이 대표팀에 필요한지는 제가 얘기할 상황이 아니라고 봐요.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존경합니다. 조광래·최강희 감독 시절 형하고 대표팀에 같이 있었는데 도움된 게 많아요. 저보다 뛰어난 선수죠. 만약 뽑히면 경쟁을 통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하겠어요.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말이죠.”
김신욱은 홍명보 감독 스타일을 묻자 “그걸 어떻게 제가 말하겠어요”라면서도 “하나부터 끝까지 배울 게 너무 많다. 감독님 밑에서 원팀이 되면 16강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조추첨식 뒤 영국의 <데일리 메일>은 한국에서 주목할 만한 선수로 김신욱을 지목하며 한국의 피터 크라우치(32·스토크시티)라고 했다. 2m가 넘는 골잡이로 김신욱처럼 헤딩슛이 일품이다. 김신욱은 요즘 밤에는 유럽리그 경기를 보며 눈으로 골결정력을 키우고 있는데, 아스널의 올리비에 지루(27·1m91·프랑스)를 좋아한다. “골 냄새 맡는 게 탁월해요. 타깃형 골잡이와 아닌 골잡이 사이를 잘 넘나들어요.”
김신욱은 과천고, 중앙대 시절에는 수비형 미드필더였고, 2009년 울산에 입단할 때도 중앙수비수였다. 그러나 스트라이커들이 모두 다쳐 공백이 생기자 당시 김호곤 감독이 그를 스트라이커로 변신시켰고, 4년 만에 한국 최고의 골잡이로 발돋움했다. “감독님한테 고맙죠. 이번에 우승 선물 못 해드렸는데, 그만두셔서 너무 죄송해요.”
자신의 강함을 보여주기 위해 ‘모히칸 헤어스타일’로 꾸민 김신욱.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성실함을 상징하는 ‘교회 오빠’라는 별명도 있는 그에게 내년은 더욱 비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 같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자신의 지적대로 “약점인 발밑 플레이를 보강해야 한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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