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전북 김상식, 인천 김남일, 인천 설기현
슬픈 그라운드
K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노장들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날 수도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수비형 미드필더 김상식(37)이 은퇴한다. 전북은 26일 “김상식이 12월1일 FC서울과의 경기를 끝으로 은퇴할 예정이다. 은퇴 후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시즌부터 플레잉코치를 맡은 김상식은 1999년 프로에 데뷔해 457경기에서 18골, 17도움을 기록했다. 은퇴 시즌이 된 올해에도 19경기에 출전하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였다. 2001년과 2002년, 2006년(이상 성남), 2009년과 2011년(이상 전북) 등 5차례나 K리그 정상에 올랐다.
2000년 5월 유고와의 친선경기에서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팀 경기에 출전한 이후 통산 60경기에 나와 2골을 넣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과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대표팀의 ‘감초’ 구실을 톡톡히 해냈다. 김상식은 은퇴 후 지도자 연수를 받거나 곧바로 현역 지도자로 변신할 계획이다.
2002 한·일월드컵의 주역 김남일(36)과 설기현(34)도 현역 생활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올 시즌 2년 계약이 끝나는 둘에게 10월 말 ‘고액 연봉과 팀 재건’을 이유로 재계약 불가 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일과 설기현은 허정무 전 감독과 송영길 인천시장의 설득으로 지난해 인천에 입단했다. 시즌 초반 허 감독이 자진 사퇴해 부침을 겪었지만 둘은 팀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하며 팀 재건에 앞장섰다. 인천이 19경기 연속 무패(12승7무) 가도를 달리는 데 힘을 보탰고, 올 시즌에도 상위그룹에 진출하는데 큰 몫을 담당했다.
‘진공청소기’ 김남일은 2시즌 동안 정규리그 58경기에 출전해 4도움, 설기현은 65경기에 출전해 11골 5도움을 기록했다. 경기장 밖에서도 어린 선수들을 ‘친동생’처럼 살갑게 대하며 팀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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