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축구 대표팀 감독
레바논과 힘겨운 1-1 무승부
골결정력·수비조직력 등 고질적 문제 여전
골결정력·수비조직력 등 고질적 문제 여전
이것은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 2010 남아공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룬 한국 축구의 모습이 아니다. 감독의 축구 철학과 색깔이 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선수들의 투지도 실종됐다. 조직력은 공수 모두 엉망이 됐다. 골을 넣으라고 공을 갖다줘도 공중으로 차버린다. 골잡이의 예리한 골결정력도 보이지 않는다. 패싱게임이 현대 축구의 대세인데, 거꾸로 뻥축구를 한다.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치르고 있는 최강희호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5일 새벽(한국시각) 레바논 베이루트의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6차전. 최강희 감독의 한국 축구대표팀은 졸전 끝에 후반 추가시간 7분 터진 김치우(FC서울)의 왼발 프리킥 골로 간신히 1-1로 비겼다.
3승2무1패 승점 11로 A조 단독선두로 나섰지만, 대표팀 경기력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출발은 좋았지만, 최강희 축구가 진화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 답보상태이고 갈수록 경기력이 나빠지고 있다. 남은 2경기에서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걱정된다.”(김대길 KBS N 스포츠 해설위원)
“한국 선수들은 뻔히 보이는 공간에 패스를 넣지 않았다. 공을 빼앗긴 뒤에 압박을 가하지 않고 지켜보고만 있었다. 너무 자주 공을 흘리는 실수도 저질렀다.”(테오 뷔커 레바논 감독) 적장의 비판은 더욱 뼈아프다. 뷔커 감독은 “공간 침투, 강한 압박, 끈질긴 공 소유 등은 현대 축구의 기본을 이루는 것이다. 지적하기가 민망하지만 ‘한국의 약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나왔기 때문에 느낀 대로 답한다”고 꼬집했다.
4-2-3-1 포메이션에서 한국 선수들은 이날 제대로 뛰지 못했고, 컨디션도 대부분 좋지 않은 듯했다. 특유의 투지 있는 플레이도 보여주지 못했다. 오른쪽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이청용(볼턴) 정도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상대를 유린하며 골 기회를 만들어줬을 뿐, 대부분의 공격수들은 부진했다.
최강희 감독의 두터운 신임 아래, 21살의 젊은 손흥민(함부르크)을 제치고 원톱으로 출격한 34살 이동국(전북 현대). 그는 전반 45분 김보경(카디프시티)이 골지역 중앙으로 파고들다 옆으로 내준 결정적인 골 기회에서 어이없이 허공으로 슛을 날려버리는 등 골잡이로서 역할을 하나도 하지 못했다. 후반 21분과 35분에도 두차례 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를 잡고도 이를 성공시키지 못했다. 40분에도 아크부근에서 절호의 슈팅 기회를 만들고 강한 슛을 했으나 왼쪽으로 빗나가고 말았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이동국 중심의 전술 운영 자체가 문제다.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이해가 떨어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동국 중심으로 공격을 운영하다보니 공격력이 한계에 부닥친다는 것이다.
뻥축구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상대가 밀집수비를 보이는데다 힘겨운 중동원정이었다 해도, 선수들이 패싱게임을 하기보다는 이동국과 김신욱(울산 현대) 같은 선수들을 문전에 박아놓고 공을 띄우는 식 위주의 플레이를 한 것은 심각한 한계를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현대 축구는 속도전인데 대표팀이 뻥축구를 해야 하느냐? 손흥민을 좀더 일찍 투입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신 교수는 “기본적으로 선수와 감독, 선수와 선수 간에 약속이 이뤄져 있어야 하고 그것이 팀이 안정화되는 것인데, 대표팀은 전술적으로 안정감이 결여돼 있다. 조직력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최강희 축구의 색깔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수비 라인이 계속 바뀌어 수비 조직력이 떨어지는 것도 최강희호의 단점이다. 최 감독은 이날 A매치 경험이 한번도 없는 한국영(쇼난 벨마레)을 김남일(인천 유나이티드)과 함께 ‘더블 보란치’로 기용했다. 중앙수비에도 곽태휘(알샤밥)의 파트너로 A매치 경험이 한번 밖에 없는 김기희(알샤일리아)를 기용하는 등 모험을 단행했다. 하지만 결국 모두 실패로 끝났다.
아시아 최종예선이 시작된 이후 수비 라인은 하도 많이 바뀌어 곽태휘 빼고는 주전이 누군이지 모르는 상황이다. 특히 활발한 공격 가담을 해줘야 하는 좌우 풀백이 그런 상황이다. 이날 김치우와 신광훈(포항 스틸러스)이 좌우 풀백에 기용됐는데, 수비에 치중하느라 오버 래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김치우는 전담 키커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줬을 뿐이다. 이영표와 차두리의 후계자를 길러내지 못한 게 수비와 공격의 약점으로 고스란히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신문선 교수는 “앞으로 우즈베키스탄, 이란과의 두 경기가 남아 있는데 불안하다”고 했다. 위기에 빠진 최강희호 돌파구가 필요하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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