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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에 왜 돌아왔냐면…

등록 2013-04-26 15:42수정 2013-04-26 21:21

이천수의 편지
솔직히 말해 국대 하고 싶어
일본서 재계약 안하고 왔어요
축구선수에게 6개월은 긴데
이적시기 넘겨 1년 쉬었어요
복귀 첫 골 언제 터지냐고요?
기다리세요, 곧 터질 겁니다
프로농구 전태풍(33·고양 오리온스) 선수에 이어 올해 한국프로축구 무대에 복귀한 ‘풍운아’ 이천수(32·인천 유나이티드)의 편지를 6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30살을 넘긴 그가 일본에서 뛰다가 돌연 한국으로 복귀한 사연과 적응기, 전남 드래곤즈에서 임의탈퇴 선수가 된 뒤 방황기 등의 얘기를 솔직 담백하게 털어놓을 예정입니다.

저 이천수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안녕들 하시죠? 반가워요. 저 7월이면 아빠가 되고, 12월에는 좋은 사람과 결혼도 합니다. 가정을 꾸리다 보니 책임감도 느끼고, 많이 성숙해진 것 같아요.

문득 2006 독일월드컵 때가 생각나네요. 아마 프랑크푸르트 경기장이었을 겁니다. 6월13일 토고와의 G조 조별리그 첫 경기를 앞두고 경기 전날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는데, 제가 인터뷰에 딱 걸렸어요. 딕 아드보카트 감독님이 정해주신 거죠. 인터뷰 끝나고 버스로 숙소에 돌아가는 길에 제가 감독님한테 장난을 쳤어요. “제가 골 넣고 시합 이기면 뭐 해줄 겁니까”라고요. 감독님이 선물 사주겠다고 했어요. 근데 진짜 첫 경기에서 제가 골 넣고 이겼잖아요. ㅎㅎ. (한국은 전반 31분 모하메드 카데르 쿠바자에게 먼저 골을 내줬으나, 후반 9분 이천수의 절묘한 오른발 프리킥으로 동점을 만든 뒤, 후반 27분 안정환의 멋진 중거리포로 2-1로 승리했다.)

그때 아드보카트 감독님이 정말로 500㎖짜리인가, 큰 향수를 사줬어요. 캘빈클라인요. 네덜란드 사람들 굉장히 짠데. 선물 사주고 하는 성격 아니잖아요. 제가 ‘딜’(Deal)을 해서 따낸 거죠. 골도 넣고 정말 기분 좋았습니다. 심리적인 건데, 첫 경기 앞두고 감독님이 저한테 너무 잘해줬어요. 가장 중요했던 건, 제 등번호가 14번이었는데, 공교롭게도 한국-토고 경기가 독일월드컵 14번째 경기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진짜 골을 넣었어요.

두번째 프랑스와의 경기를 앞두곤 감독님이 잘 안해주더라고요. 경기도 잘 못했고요. 전 선발 출전했으나 후반 27분 안정환 선수와 교체돼 나왔어요. (한국은 전반 9분 티에리 앙리한테 골을 내준 뒤 후반 36분 박지성의 골로 1-1로 비겼다.) 스위스와의 3번째 경기를 앞두고는 감독님이 또 잘해주더라고요. 경기도 잘했어요. 0-2로 져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개인적으로는 호평을 받았고 안티(anti)가 없었어요. 스위스전 끝나고 열 받아서 울고 할 때 감독님이 저한테 “네가 최고”라고 해준 말이 기억납니다. 제 자랑 같지만, 지금까지 얘기해드린 것은, 그동안 어느 언론을 통해서도 나온 적이 없는 아주 새로운 것입니다. ㅋㅋㅋ.

선수들의 컨디션이라는 건 감독님의 믿음에서 온다고 생각해요. 모든 선수들이 다 똑같은 겁니다. 최근 제가 K리그 클래식 무대에 무난하게 복귀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믿음 때문이 아닌가 해요. 김봉길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님이 끝까지 믿어주셨죠.

많은 사람들이 “이천수를 K리그에 복귀시켜야 한다”고 해서 제가 전남 드래곤즈 임의탈퇴 선수에서 풀리게 됐어요. 그러나 많은 구단들은 저를 데려가는 것을 부담스러워했어요. 제가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오려면 오래 걸리고 하니까 다른 팀들이 그러는 것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김봉길 감독님이 저를 믿어주시며 인터뷰에서 “이천수가 돌아오면 좋다. 빨리 돌아오면 좋겠다”고 힘을 실어주신 거죠. 끝까지 믿음 주시고 계속 기다려주시고…, 쉽지 않아요. 감독님한테는 정말 감사드려요. 시작 시즌 직전까지 임의탈퇴 선수 해제가 안 됐는데, 전남에서 해준 거고요.

사실 전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계속할 수도 있었어요. 오미야 아르디자에서 재계약 요청이 왔었거든요. 연봉도 적은 편이 아니었고요. 사우디아라비아 나스르에서 뛰다가 2010년 8월인가 6개월 계약을 맺고 오미야로 이적할 때는 사실 조금 받고 갔거든요. 하는 거 봐서 재계약하기로 했는데 제가 잘했어요. 강등될 꼴찌팀에 갔는데 강등 안 하게 했어요. 1부 리그에 남게. 그래서 연봉 많이 올랐어요. 시즌 끝날 때 다쳤는데 3경기 연속골 넣고 해서 팀이 1부에 남았고, 재계약 요청이 들어온 것이죠.

그런데 외국에 있으면서도 문득문득 ‘임의탈퇴’ 부분이 항상 걸리더라고요. 오미야에 있을 때 조광래 감독이 한국대표팀 사령탑이었어요. 당시 중앙수비 김영권이 국가대표팀에 들락날락할 때인데, 조 감독이 오미야에 있던 영권이를 보고 저도 볼 겸 일본에 왔어요. 제 경기력을 보고 극찬을 해주셨어요. 저도 뭐랄까, 그때 심정은 국대(국가대표)에 다시 들어갈 수 있겠구나 할 정도였어요. “천수 모든 면에서 완벽하고 사이드 돌파, 팀과 하나 된 모습 보기 좋다” 하시고. 그렇게 칭찬해주시니까, 신문에 크게 나고, 그래서 기자들도 “이천수가 대표팀에 들어가겠구나” 예측을 한 거예요. 그런데 안 뽑으셨어요. FC서울 경기 끝나고 기자들이 저에 대해 물어보니 “임의탈퇴가 걸린다. 국가대표는 모범이 돼야 한다” 뭐 그런 식으로 이야기했다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말해 국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컴백하게 됐어요. 왜냐면, 제가 잘하고 뭘 해도, 한국에만 오면 수갑을 찬 것 같잖아요. 한국 선수이고, 국적이 대한민국인데 K리그 안 뛴다는 것도 웃기고…. 그래서 돌아오겠다고 맘먹은 겁니다. 오미야와 재계약 안 하고 2011년 말 12월에 돌아온 거죠. 2012년 1년을 쉬었어요. 전 6개월 잘못했다고 엎드리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축구선수에게 6개월은 긴 건데, 이적시기 넘어가면서 6개월 넘어간 거죠. 그러다 전남이 임의탈퇴 풀어주고 저를 판 거죠.

지난 3월31일 대전 시티즌과의 안방경기에서 국내 무대 복귀전을 치렀습니다. 복귀하는 게 너무 좋았죠. 복귀 뒤 첫골 언제 터지느냐고들 하는데, 제가 지금 먹이를 물기엔 아직 100% 준비가 안 된 것 같아요. 국내 무대에 돌아와 뛰면서 K리그(클래식)가 약하다는 생각을 안 해요. 유럽에서도 뛰어봤는데, 국내 수비가 유럽 수비에 비해 약하다는 생각을 안 해요. 오래 쉬었기 때문에 먹이를 먹어야 할 시간은 좀더 필요하다, 그런데 그 시간은 분명히 올 거라 생각해요. 100% 몸이 돼서 먹이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저도 정말 무섭게 달라붙어야죠. 저도 생존경쟁을 해야 하죠.

오늘은 이만 접겠습니다. 다음엔 임의탈퇴 선수가 된 뒤 방황했던 시절 얘기를 털어놓을까 합니다. <다음주에 계속>

정리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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