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호 FC서울 미래기획단 단장이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내 사무실 앞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최순호 FC서울 미래기획단장
엘리트·꿈나무로 나눠 육성
5년 뒤 어린이회원 수만명
프로야구처럼 저변 확대
“모든 구단이 함께 했으면”
엘리트·꿈나무로 나눠 육성
5년 뒤 어린이회원 수만명
프로야구처럼 저변 확대
“모든 구단이 함께 했으면”
“프로축구 감독이요? 생각 없어요.”
단호했다. 다른 프로구단에서 부르면 다시 갈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 “노~, 노”라고 손사래를 쳤다. 대신 제대로 된 ‘유소년 육성 시스템’을 갖추도록 남은 축구인생을 불사르겠다는 뜻을 비쳤다.
최순호(52). 그는 현재 프로축구 FC서울의 미래기획단 단장이다. 유망주의 체계적 육성을 위해 FC서울이 지난해 2월 만든 조직으로 프로구단 중 처음이다. 사무실 직원(14명)을 포함해 코칭스태프까지 36명 규모다. 지에스(GS)스포츠에서 프로축구, 여자프로배구단과 함께 3대 중심축으로 비중도 큰 편이다.
나이 든 축구팬들은 기억할 것이다. 1980년대 한국 축구를 풍미했던 장신 스트라이커 최순호를. 70년대를 주름잡던 이회택·차범근 등의 계보를 이었다. 86년 6월10일 멕시코월드컵 한국과 이탈리아의 A조 조별리그 3차전. 백넘버 9번을 단 최순호는, 0-1로 뒤지던 후반 17분 벌칙구역 왼쪽에서 수비수 1명을 멋지게 따돌린 뒤 대포알 같은 오른발 슛으로 골문을 갈랐다. 한국 축구의 월드컵 도전사에 길이 남은 슈팅이었다.
2년 전만 해도, 최순호 미래기획단 단장은 도민구단 강원FC 감독이었다. 하지만 3년차이던 2011년 시즌 초 자진 사퇴했다. “큰 그림을 가지고 강원FC로 갔죠. 팀을 안정적으로 만들고, 젊은 선수 중심으로 가고 싶었어요. 그러나 성적이 문제였어요. 구단 관계자나 팬들이 기다려 주지 않았어요.” 당장의 성적보다 미래를 내다보며 강원FC를 이끌고 싶었던 그는 ‘3년 내 6강 플레이오프 진출’ 목표가 어려워지자 사퇴했다.
현장에서 물러나 있던 그에게 지난해 1월 기회가 찾아왔다. 당시 FC서울 임병용 사장과 한웅수 전무가 직접 찾아와 영입을 제의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유소년 축구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어요. 개인이 추구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봤는데, 마침 FC서울에서 저를 불렀어요.”
최 단장이 추진하는 유소년 육성 시스템은 두개의 축으로 돼 있다. 우선 엘리트 선수는 21살 이하(2군), 18살 이하, 16살 이하, 14살 이하 등 4개 연령별로 나눠 훈련을 시킨다. 서울 용산구의 오산중·고 축구팀이 연계팀이다. 다른 프로구단들도 연고지 고교 한팀씩과 유스팀 계약을 맺어 18살 이하 선수들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중학교까지 포함해 4개로 세분화한 곳은 FC서울밖에 없다. 이전에는 동북고가 FC서울 유스팀이었다.
9~12살의 유소년 회원을 대상으로 축구 아카데미인 ‘FOS’(Future of Seoul)도 중요한 한 축이다. 서울을 4개 권역으로 나눠, 현재 총 17개 구장에서 1400여명의 어린이를 지도하고 있다. 구장은 주로 지역 중·고와 협약을 맺어 운동장에 잔디를 깔아주거나, 구나 시 유휴지를 활용해 마련하고 있다. 9, 10, 11, 12살 이하 연령별 팀으로 구성돼 있다. 회비는 월 5만5000원. 스페인 애슬레틱 빌바오 2군 감독과 유소년 감독을 역임한 키케 리녜로가 총감독을 맡고, 권역별로 수석코치와 주임·보조코치 등을 두고 있다.
“앞으로 5년 뒤 FC서울 아카데미에 최소 2만명, 최대 5만명의 6~12살 이하 어린이 회원이 생길 겁니다. 이들이 서울지역 125개 구장에서 서로 리그전을 벌이며 공을 차게 됩니다. 이들 중 몇명은 FC서울 선수로 뛸 수 있고, 그러지 않은 아이들은 성장해 20년쯤 뒤면 FC서울 디엔에이(DNA)를 가진 30대 축구팬이 될 것이고요. 그러면 한국 축구도 프로야구처럼 많은 팬을 확보하게 될 겁니다.”
FC서울 아카데미의 경우, 기존의 차범근·허정무 등 유명 축구스타의 이름을 딴 축구교실과는 차원이 다르다. 구단이 수십억원대의 인적·물적 지원을 하고, 선진클럽시스템으로 체계적 훈련도 시킨다. FC서울은 지난해 아카데미 운동장 조성을 위해 25억원, 유스팀인 오산중·고 운동장과 숙소 건립에도 20억원을 투자했다.
최순호 단장은 FC서울의 이런 프로젝트가 다른 구단의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에 표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아카데미 어린이 회원을 4월 초까지 3000명, 올해 말에는 7500명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권역별 팀도 5년 뒤면 49개나 될 겁니다. 엘리트 유스팀은 물론, 아카데미를 통해 FC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와 같은 축구 인재를 발굴하게 되는 거지요.”
유소년 축구 시스템 정착에 올인하고 있는 최 단장은 “FC서울이 하고 있는 것이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전 프로구단이 같이 해야 한다. 이런 일은 프로축구연맹은 물론, 대한축구협회의 중점 프로젝트 안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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