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축구계 ‘승부조작’ 충격
“부정 연루자 영원히 추방을”
“부정 연루자 영원히 추방을”
<포브스> 온라인판의 결론은 간단명료했다. “축구가 썩었다.”
세계 축구가 사상 최악의 승부조작 스캔들에 직면했다. 특히 축구의 본고장 유럽 축구는 챔피언스리그까지 ‘검은 거래’에 희생됐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있다. 오죽하면 축구 승부조작 수사 상황을 발표한 롭 웨인라이트 유로폴 국장이 “150년 축구 역사상 가장 슬픈 날”이라는 표현까지 썼을까.
유럽연합 산하 공동 경찰기구인 유로폴이 4일(현지시각) 네덜란드 헤이그 본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발표한 세계 축구 승부조작 실태는 실로 광범위하다. 유로폴은 “2008년부터 전세계 30개국, 680경기에서 심판과 선수 등 425명이 가담해 조직적인 불법 승부조작이 일어난 것으로 의심된다. 이 중 유럽에서 일어난 것은 380경기”라고 밝혔다.
승부조작은 싱가포르 조직과 연계된 유럽 각국의 브로커가 선수·심판에게 돈을 건넨 뒤 승부조작을 지시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유럽에서는 터키, 독일, 핀란드, 슬로바키아, 헝가리 축구클럽 등이 승부조작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승부조작이 의심되는 경기들 중에는, 잉글랜드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경기와 아프리카와 중앙아메리카에서 열린 월드컵 예선 3경기까지 포함돼 있다. 유로폴이 구체적인 경기를 밝히지 않아 유럽 언론들은 각종 추측을 쏟아내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더 선>은 “2009년 9월 안필드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E조 데브레첸(헝가리)-리버풀(잉글랜드) 경기에서 데브레첸 골키퍼인 부카신 폴렉시치가 승부조작을 한 것 같다”고 추측하기도 했다. 당시 리버풀은 1-0 승리를 거뒀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2009년 10월 열린 데브레첸과 피오렌티나(이탈리아)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E조 경기를 승부조작 경기로 지목하기도 했다.
엄청난 시련과 마주 선 국제축구연맹(FIFA)은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랄프 무치케 피파 보안 디렉터는 이날 공식 누리집을 통해 “승부조작 관련자는 영원히 축구계에 발을 못 붙이게 하겠다. 하지만 승부조작을 뿌리뽑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들의 엄격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피파는 지난달 승부조작에 연루됐던 한국 축구 선수 41명에 대해 영구제명 징계를 확정한 바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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