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 환상적 뒤꿈치 묘기
레알, 스페인 슈퍼컵 우승
메시의 바르사 4연패 저지
레알, 스페인 슈퍼컵 우승
메시의 바르사 4연패 저지
축구는 발로 한다. 손을 쓰면 반칙이다. 둥근 공을 손이 아닌 발로 차야 한다. 그래서 쉽지만 잘하기가 어렵다. 손을 쓰고 싶은 본능을 억제하는 데 축구의 본질적인 매력이 있다.
세계 축구팬들은 30일 새벽(한국시각) 이렇게 발을 주로 써야 하는 ‘부자연스런 동작’의 축구가 얼마나 ‘아름다운 동작’을 보일 수 있는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발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몸짓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발로 해야 하는 축구에 감사를 보내야 했다.
주인공은 금세기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7). 장소는 스페인 마드리드의 베르나베우 스타디움.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최고 팀을 가리는 ‘2012 수페르코파’ 2차전. 지난 시즌 리그 우승팀 레알 마드리드와 국왕컵 우승팀 FC 바르셀로나의 맞대결이다.
진화한 축구 천재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와 축구에 관한 천재성에 대해 불꽃 튀기는 경쟁을 벌이던 호날두는 전반 19분, 금세기 최고의 골로 꼽힐 충분한 자격이 있는 결승골을 연출했다.
호날두는 자기 진영의 수비수가 공을 가로채 자신에게 길게 공을 차주자, 상대 문전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공은 자신의 진행 방향이 아닌 뒤쪽으로 떨어졌다. 순간 호날두는 몸을 멈추지 않고 그대로 뛰어가며 공을 보지도 않은 채 왼발 뒤꿈치로 힘껏 공을 쳐 올렸다. 공은 하늘 높이 비상해 바르셀로나 문전으로 날아갔다. 호날두는 자신을 집중 마크하던 수비수 헤라르드 피케를 뒤로 따돌리고 어느덧 공의 낙하지점까지 달아나 정확히 발로 공을 멈췄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그리고 몸으로 표현하기 불가능한 뒤꿈치 묘기를 순간적으로 호날두는 보여줬다. 이미 상대 골키퍼 외엔 아무도 막는 이 없었다.
여기서 또 한번 호날두의 천재성이 발휘된다. 서둘러 슛을 시도하지 않고 공을 한번 앞으로 굴려놓고 동시에 골대의 빈 곳을 노려보았다. 마치 전력을 다해 도망가는 먹잇감을 뒤에서 덮쳐 쓰러뜨린 다음, 숨통을 끊기 위해 마지막 자신의 송곳니가 박힐 먹잇감의 목덜미를 바라보는 표범의 눈초리였다. 그리고 목표지점을 향해 강한 오른발 슛을 쏘았다. 골키퍼는 사지를 뻗어 막아 보았지만 골망에 빨려들어가는 공을 쳐낼 수 없었다. 그리고 호날두는 침착하게 자신을 향해 골 세리머니를 위해 달려오는 동료선수에게 강하고 낮은 톤으로 이야기했다. ‘봤지. 이게 축구야!’
메시가 작은 키의 축구 선수가 숨막히게 압박하는 현대축구에서 어떻게 뛰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전혀 다른 축구 천재’라면, 호날두는 뛰어난 스피드와 돌파력, 발의 감각을 앞세운 ‘전통적인 축구 천재’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메시는 팀이 2-0으로 뒤지던 전반 종료 직전, 상대 문전에서 견고한 수비벽을 무시하며 강하게 골대 모서리를 향해 휘어 들어가는 프리킥을 골로 연결시키며 특유의 ‘천재성’을 과시했지만 호날두에게 고개를 숙여야 했다. 승부를 떠나 축구팬들은 이날 색깔이 전혀 다른 두 축구 천재가 연출하는 ‘진수 축구’에 숨을 크게 쉴 수 없었다.
1차전 원정에서 2-3으로 패한 레알 마드리드는 이날 홈경기에서 전반 11분 곤살로 이과인의 선제골과 호날두의 골로 2-1로 이겨, 1,2차전 합계 4-4로 동점을 이뤘지만 원정 다득점에서 1점 앞서 바르셀로나의 대회 4연패를 저지하며 우승했다. 2008년 우승이후 4년 만에 맛본 우승이다. 바르셀로나는 전반 28분 수비수 아드리아누가 호날두를 막다가 퇴장당해 10명으로 레알 마드리드에 맞서야 했다.
호날두는 1차전 선제 헤딩골에 이어 2차전에서도 축구사에 길이 남을 결승골을 성공시키며 숙적 바르셀로나와의 맞대결인 ‘엘 클라시코’에서 통산 8골(정규리그 2골, 코파델레이 3골, 수페르코파 3골)을 기록했다.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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