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12년만에 남북축구…여자팀도 자매대결 “양보는 없다”
남북 축구대표팀이 12년 만에 다시 만나 실력을 겨룬다. 조 본프레레 감독의 한국축구대표팀은 4일 오후 8시 전주월드컵경기장(KBS-2TV 생중계)에서 북한과 2005 동아시아연맹축구선수권대회 풀리그 2차전을 치른다. 남북의 만남은 1993년 10월28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04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전(한국 3-0 승리) 이후 12년 만이다. 국내에서 두팀 성인대표팀이 경기를 벌이는 건 1990년 남북통일 축구 이후 처음이다.
비록 ‘형제’끼리의 대결이지만 결코 양보는 없다. 조 본프레레 감독은 “지난 월드컵 때보다 강해진 북한축구가 뭔가를 보여주려 할 것”이라면서 필승카드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김명성 북한 감독도 “아버지와 아들이 해도 경기는 경기”라며 승리 의지를 다졌다. 역대 전적은 8전 5승2무1패로 남쪽의 우위. “두현아, ‘국산 새 심장’의 힘을 보여줘” 본프레레호는 국내파 위주로 치른 중국전에서 공격형 김정우(울산)와 수비형 김상식(성남)을 중앙허리로 세웠지만 경기를 풀어나가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찾은 답이 당시 후반 23분 투입돼 활발한 몸놀림과 투지로 팀에 활기를 불어넣은 김두현 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새 엔진’ 박지성이 자리를 비운 사이, 김두현은 이에 못지 않은 ‘국산 새 심장’으로서의 구실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특히 북한이 4일 경기에서 밀집수비 전술로 나올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공격을 푸는 실마리로서 김두현의 어깨가 무거울 수 밖에 없다. 김두현은 침투와 패스가 여의치 않을 경우 주특기인 대포알 중거리포로 돌파구를 열 것으로 보인다. 중국전에서 벌칙차기를 어이없이 실축한 ‘본프레레호의 황태자’ 이동국(포항)은 명예회복에 나선다. 대표팀 새내기인 양상민(전남)이 김동진(서울)을 대신해 왼쪽 미드필더를 맡을 채비를 하고 있다. 오른쪽 발바닥이 성치 않은 박주영(서울)은 출전하지 않는다.
북한 박성관-김명철 투톱 출격 북한은 ‘체력축구’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1차전에서 일본을 1-0으로 꺾으며 상승세를 타고 있어, 국제축구연맹 순위(한국 21위, 북한 91위)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북한은 2010년 월드컵까지 내다보고 단행한 세대교체 속에서 투지와 활력은 그대로지만 플레이는 한결 부드러워졌다. 일본전 결승골의 주인공인 ‘공격의 핵’ 김영준(평양)과 좌우 투톱 박성관(리명수) 김명철(압록강)이 빠른 돌파로 ‘남조선’의 골문을 열어젖힐 태세다. 박은선 “북한전 첫승 도전” 남자경기에 앞서 같은 장소에서 오후 5시15분에 여자 남북전(MBC TV 생중계)도 펼쳐진다. 1일 중국전에서 ‘15전 무승’의 설움을 날리는 쐐기포를 터뜨린 ‘여자 호나우두’ 박은선(서울시청)의 맹활약이 기대된다. 여자축구는 북한에 역대전적 5무1패로 단 한번도 이긴 적이 없어 또 한번의 기적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여자축구는 짱짱한 조직력과 뛰어난 경기운영 능력으로 이번 대회 참가국 중 최고의 전력으로 평가되는 만큼, 결코 쉽지 않은 경기가 될 전망이다. 북쪽 스트라이커 진별희(월미도)는 오른쪽 무릎 부상 때문에 출전이 불투명하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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