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골잡이는 조국이 필요할 때마다 몸을 날렸다. 그리고 조국을 구했다. 위기의 순간 영웅은 탄생한다. 솁첸코. 희미해졌던 이름이 다시 한번 영웅의 명성으로 다가왔다.
우크라이나의 축구 영웅 안드리 솁첸코(36·디나모 키예프)는 12일(한국시각) 우크라이나 키예프 올림픽경기장에서 열린 스웨덴과의 유로 2012 조별리그 D조 1차전에서 동점골과 결승골을 모두 넣는 독무대를 연출하며 2-1 승리를 이끌었다.
공동개최국 자격으로 유로 본선에 처음 출전한 우크라이나는 강적 바이킹 함대를 침몰시키며 유로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하면서 8강 진출까지 노리는 고지에 올랐다.
2000년대 중반까지 이탈리아 세리에A AC밀란에서 활약했던 ‘무결점 스트라이커’ 솁첸코는 2006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로 옮겼으나 세 시즌 동안 리그 9골에 그치며 슬럼프에 빠졌다. 시즌 도중 AC밀란으로 재임대됐다가 고국에 돌아왔다. 2004년 유럽최우수선수(발롱도르) 수상자의 초라한 귀국이었다.
대회를 앞두고 부상에 시달렸던 솁첸코는 자신을 믿어주고 기용한 올레흐 블로힌 감독에게 팀 승리로 보답했다. 우크라이나는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도 스웨덴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그러나 3분 뒤 안드리 야르몰렌코의 정교한 크로스를 ??첸코가 미사일처럼 날아서 머리로 받아넣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영웅 귀환의 서막이었다. 내친김에 셰브첸코는 후반 17분 옙헨 코노플랸카의 코너킥을 골대와 문지기의 좁은 틈으로 또 한번 머리로 받아넣으며 대역전극의 주인공이 됐다. ‘득점기계’ 전성기의 동물적인 골 감각이 여전히 살아 있었다. 경기장을 찾은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홈팬들은 ??첸코의 투혼에 열광했다. ??첸코는 경기가 끝난 뒤 “마치 20살로 돌아간 것 같다”며 기뻐했다.
‘아트 사커’ 프랑스와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맞대결은 1-1로 비겼다. 잉글랜드는 전반 30분 수비수 졸리언 레스콧이 스티븐 제라드가 감아올린 프리킥을 머리로 받아넣어 앞서갔으나, 9분 뒤 프랑스의 사미르 나스리의 오른발 대포알 슛을 허용했다.
이길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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