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등번호마저 지동원에
에닝요·라돈치치 귀화 추진
절차 무시에 요건도 잘몰라
“대표팀 팀워크 무너질라” 우려
에닝요·라돈치치 귀화 추진
절차 무시에 요건도 잘몰라
“대표팀 팀워크 무너질라” 우려
박주영(27·아스널) 대표팀 제외. 에닝요(31·전북 현대) 귀화 무산…. 절실하게 필요한 두마리 토끼를 다 놓쳤다. 큰 것 하나는 스스로 포기해 잃었고, 새로 얻고자 했던 것도 미숙하고 독단적인 일처리로 물거품이 됐다. 박주영을 ‘캡틴’으로 존경했던 후배들은 “형이 없는 대표팀은 생각도 안 해봤다”며 걱정이 태산 같다. 축구협회 행정에 비판적인 한 축구인은 “이런 상황이라면 팀워크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6월8일 카타르와의 원정 1차전으로 시작되는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앞둔 최강희호. 축구대표팀에 심상치 않는 위기의식이 감지되고 있다. 축구협회와 최강희 감독이 여론수렴이나 합리적 논의 등 ‘정도’를 걷지 않고 ‘꼼수’를 부리다 다 자초한 결과다.
■ 체육회 “에닝요 즉흥적 귀화 안돼~” 대한체육회는 22일 서울 올림픽회관에서 20차 법제상벌위원회를 열고 “에닝요에 대한 특별귀화(복수국적) 추천은 불가하다”고 다시 결정했다. 지난 7일 19차 회의 때 결정과 달라진 것이 없다. 이번 심의는 축구협회의 재심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최종준 체육회 사무총장은 “(에닝요의) 경기력 및 필요성에 대해서는 최강희 감독과 축구협회의 의견을 존중하나, 이번 사항은 복수국적 추천의 문제이므로 국민정서, 다른 체육단체와의 형평성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사항”이라며 “국어 능력과 대한민국 문화 이해도 등 부분에서 봤을 때 에닝요는 달라진 점이 거의 없다”고 미추천 사유를 들었다. 최 총장은 “축구계가 귀화 선수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단순히 즉흥적 방법이 아니라, 치밀한 계산을 거쳐야 한다”고 충고도 남겼다.
■ 축구협회 미숙한 일처리 실제로 에닝요 귀화 추진 과정을 보면, 축구협회 행정은 미숙하기 짝이 없었다. 중요한 사안인 만큼 공식기구인 기술위원회 논의부터 거쳐야 했고, 여론수렴 과정도 필요했다. 그러나 이를 생략한 채 조중연 회장과 최 감독, 황보관 기술위원장 등 주요 인사들의 합의 아래 비밀리에 상급단체인 체육회에 에닝요 특별귀화 신청을 냈다가 두번씩이나 거부당하고 말았다. 이후 행태도 가관이다. 조 회장이 다른 루트를 찾기 위해 법무부 장관을 직접 만나는가 하면, 최 감독까지 나서 “체육회 관계자들이 K리그를 본 적이 있느냐”는 식으로 상급단체에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에닝요와 함께 특별귀화 추천을 요청한 라돈치치(29·수원 삼성)에 대해선 기초 사실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이미 드러났다. ‘귀화 선수의 경우 5년 연속 해당 국가에 거주해야 국가대표로 나설 수 있다’는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을 라돈치치가 충족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이날 법제상벌위에 참석한 황보 기술위원장은 “체육회의 결정을 존중한다. 이제는 귀화 논란을 불식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꼬리를 내렸다. 최 감독은 22일 대표팀의 파주 훈련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미디어 담당관을 통해 “할 말이 없다. 안 될 것이라고 예상해 대안을 준비해놨다”고만 밝혔다.
■ 박주영 고유 10번 배번까지 박탈 박주영의 대표팀 제외 과정에서 보여준 최 감독의 행보에 대해서도 일선 축구인들 사이에는 비판이 적지 않다. 한 축구인은 “축구 감독은 선수들에게 아버지나 마찬가지다. 선수를 보호해줘야 한다. 그런데 선수의 능력보다는 병역기피 논란을 이유로 선수한테 기자회견을 강요해 해명하도록 하는 것은 감독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박주영의 병역 연기에 법적 도움을 준 이성희 변호사도 “박주영이 선수생활 뒤 군대에 가겠다고 이미 병무청에 각서까지 냈는데, 감독과 축구협회가 그에게 기자회견을 해 해명하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애를 잡는 것도 아니고, 너무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감독은 “박주영을 추후 뽑을 수 있다”고 해놓고 21일 대표팀 첫 훈련에서 박주영 고유번호인 10번을 지동원한테 넘겨줬다. 이에 대해 한 축구전문가는 “축구대표팀의 경우 선수가 부상 등으로 빠지더라도 간판선수의 등번호는 다른 선수에게 주지 않는다”며 최 감독의 처사를 꼬집었다.
파주/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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