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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의 PK 실축, 9만명 숨이 멎었다

등록 2012-04-25 20:08수정 2012-04-25 21:50

이완 기자의 ‘바르사-첼시 챔스전’ 관전기
“울렐레 울랄라~ 바르사”
홈팬 응원 불구하고 무승부
챔스 결승 못가 ‘무관’ 위기
남은 건 스페인국왕컵뿐

2-1로 앞선 후반 2분. 리오넬 메시가 찬 페널티킥이 골대 상단을 맞히는 순간, 캄프누에는 모든 소리가 멎은 듯했다. 9만명의 숨소리도, 울려퍼지던 FC바르셀로나의 응원가도 멈췄다. 옆에 앉아있던 스페인 청년은 “우” 하며 나직이 신음소리를 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가려면 한골이 절실했던 순간에 무에서 유를 창조하던 메시는 결승행 꽃마차를 걷어찼다. 그러나 바로 9만여명의 합창이 흘러나왔다. “메시~메시~메시~” 알아들을 수 없는 카탈루냐어 응원가였지만, 이들은 메시를 불렀다. 비난이 아니었다. 메시를 향한 응원과 사랑이었다. 자리에 앉아 있는 이방인 역시 메시를 연호할 수밖에 없는 전율이 느껴졌다.

25일(한국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누에서 열린 바르사와 첼시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현지 축구 팬들과 뒤섞여 관중석에서 지켜본 챔피언스리그는 여태껏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이었다.

후반 초반 골대를 맞히는 불운은 바르사의 패배를 알리는 서곡이었다. 전반 막판에 터진 첼시 하미리스 골에 바르사는 쫓기고 있었다. 3층 관중석 오른쪽 상단을 가득 채운 2000여명의 첼시 응원단의 함성소리는 커졌다. 이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캄프누 주변 가게에서 맥주를 마시며 바르사 팬들과 일촉즉발 분위기를 만들었다. 첼시 팬들은 스페인까지 온 원정도 무서울 게 없는 훌리건의 후예들이다.

바르사 팬들도 굴하지 않았다.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자존심인 이 거대한 경기장을 꼬마부터 할아버지까지 가득 메웠다. 모두가 하나가 돼 “울렐레 울랄라~ 바르사 (박수)짝짝짝 바르사 (박수)짝짝짝” 소리를 질렀다. 캄프누는 거대한 공명판이었다. 이들의 함성은 바르사 선수들을 휘감고 하늘로 올라갔다. 멀리 한국에서 온 이방인과도 하이파이브를 하고 어깨동무를 하며 이들은 바르사를 응원했다.

그러나 존 테리의 전반 퇴장으로 한명이 줄어든 첼시의 수비는 빛났다. 후반 초반 3-1로 벌릴 수 있는 기회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한 메시의 몸은 무거워 보였다. 첼시 문전에서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파열구를 노렸지만 결승전이 열리는 뮌헨으로 가는 길은 열리지 않았다. 좁은 공간에서 패스는 손에 땀을 쥐게 하고, 다리를 후들거리게 했다. 하지만 첼시 문지기 페트르 체흐는 선방을 거듭했다. 옆에 있던 스페인 청년의 목은 다 쉬었지만, 응원을 멈추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 안 남은 걸 아는 바르사 팬들은 첼시가 공을 잡으면 연신 휘파람을 불어댔다. ‘붉은 악마’와 같은 응원을 주도하는 이들도 없었지만, 한쪽에서 시작된 “울렐레 울랄라 바르셀로나”는 금방 경기장을 휘돌았다.

종료 직전 터진 첼시 토레스의 쐐기골로 2-2 무승부. 원정 1차전에서 0-1로 패했던 바르사는 합계 2-3으로 무너졌다. 사흘 전 안방에서 열린 엘 클라시코에서 ‘앙숙’ 레알 마드리드에 1-2로 진 데 이은 또 한번의 좌절이다. 이제 정규리그 4연패도 챔피언스리그 2연패도 물건너갔다. 마지막으로 노릴 수 있는 것은 5월25일 아틀레틱 빌바오와 다투는 스페인 국왕컵이다.

그렇게 경기는 끝났다. 바르사 팬들은 조용히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선수 이름 연호도 응원가도 없었다. 전광판엔 바르사 팬들이 나가기전까지 첼시 팬들은 좌석에 남아있길 요청하는 자막이 떴다. 바깥엔 폭동진압 경찰이 서 있었고, 승승장구하던 메시와 그의 팬들은 캄프누를 첼시에게 맞긴 채 경기장을 떠났다. 메시의 또다른 시대는 내년으로 미뤄졌다.

바르셀로나/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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