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 세계에서 선수의 실력은 돈과 직결된다.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는 그만큼 구단 전력에 보탬을 준다. 팬들도 경기내용 자체를 포함해, 외적 요소인 연봉이나 이적료를 통해 선수나 구단을 평가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프로스포츠 구단은 소속 선수들의 이적료나 연봉을 공개한다. 최근 언론사에는 프로야구 구단들이 소속 선수들의 연봉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문서가 팩스로 잇달아 전송돼 오고 있다. 농구 구단들도 모두 공개한다.
그러나 유독 프로축구만은 예외다. 구단들은 물어봐도 대부분 입을 다문다. 야구에서는 심정수(현대)가 7억5000만원, 농구에서는 서장훈(삼성)이 3억8000만원으로 해당 종목에서 최고액 연봉자라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축구 팬들은 프로축구의 최고액 연봉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온갖 추측만이 난무할 뿐이다.
한 프로축구 구단의 사무국장은 “선수 연봉을 공개하면 많든 적든 팬들에게서 욕을 먹을 뿐더러 선수들도 자기들끼리 위화감이 생긴다고 공개하지 않기를 요구한다”고 비공개 이유를 설명했다. 아예 몇 해 전에는 구단 단장들이 모인 이사회에서 “선수 연봉을 공개하지 말자”고 결의까지 했다고 한국프로축구연맹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한국 프로축구판의 이런 행태는 다른 종목이나 유럽 쪽 프로축구 구단들이 선수 연봉과 이적료를 마케팅 수단으로 잘 활용하는 것과도 뚜렷이 대비된다. 잦은 리그제도의 변경과 종잡을 수 없는 경기일정에다 연봉 미공개까지, ‘불확실성’은 이미 한국 프로축구를 규정하는 가장 적확한 표현이다.안갯속 프로축구판에서 팬들은 언제까지 더듬거려야 하나.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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