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의 예언’이냐, ‘펠레의 저주’냐.
독일의 ‘점쟁이 문어’ 파울은 9일(이하 한국시각) 스페인의 우승을 점쳤다. 독일 오버하우젠 해양생물박물관에 살고 있는 파울은 스페인과 네덜란드 국기가 각각 그려진 2개의 유리상자가 든 수족관에 들어가자마자 곧바로 스페인 상자 쪽으로 다가가 상자 안의 홍합을 삼켰다. 이 장면은 독일은 물론 결승전 당사국인 네덜란드, 스페인에 생중계되기까지 했다.
스페인 팬들은 환호했다. 전날 펠레가 브라질의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스페인의 우승을 전망하는 바람에 불길함을 떨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가 우승할 경우 ‘펠레의 저주’는 이번 대회 마지막까지 관철된 셈이 된다. 3·4위전에서도 파울의 점괘가 맞아떨어져 독일의 이번 대회 7경기 결과를 100% 적중시키면서 스페인 팬들은 더욱 고무됐다. 7경기 승패를 연속으로 맞힐 확률은 128분의 1, 0.78%다. 우루과이 관중들은 11일 독일과의 3·4위전이 열린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경기장에서 ‘오늘 밤 특별 메뉴, 우루과이식 문어구이’라는 손팻말과 석쇠 위에서 요리되고 있는 파울의 모습을 그린 그림 등을 펼쳐보이며 파울의 예언이 빗나가길 기원했지만 허사였다. 파울은 이에 앞서 2008년 유럽선수권대회(유로 2008)에서도 스페인과의 결승전 한 경기만 빼고 독일의 조별리그 3경기와 8강전, 4강전 5경기 승패를 모두 맞히면서 유명세를 탔다.
한편 파울과 펠레의 대결은 이번 대회가 마지막이 될 전망이다. 문어의 수명은 최대 3년으로, 2살 반인 파울은 2년 뒤인 2012년 유럽선수권대회나 2014년 브라질월드컵까지 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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