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협회에서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면서 웃고 있다. 허 감독은 ”국가대표 감독직을 사임한다”고 말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후임 국내파가 맡았으면”
“그만둔다”는 마침표는 선 굵은 스타일 그대로였다.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사령탑인 허정무(55) 축구대표팀 감독이 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5층에서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에서 감독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허 감독은 “분명하게 해두는 것이 좋겠다. 나로 인해 차기 감독 인선에 혼란을 줄 필요가 없다. 국내의 유능한 분들이 뜻을 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7년 말 부임 뒤 정점에서의 퇴임이다. 대한축구협회는 7일 기술위원회를 열어 새 감독 인선에 들어간다.
허 감독은 “우리나라 환경에서 소통의 리더십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며 “전달하는 방법에서 내가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지도철학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코치와 코치, 코치와 선수, 선수와 선수 간의 소통이 없다면 막힌 팀”이라며 “대표팀을 이끌면서 일부러라도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얘기하도록 많은 기회를 주었다”고 되짚었다.
차기 감독과 관련해 허 감독은 “감독 선임은 매우 민감한 문제로 축구협회가 알아서 하겠지만, 국내의 훌륭하고 능력이 있는 분들이 뜻을 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향후 진로는 미지수다. 허 감독은 “케이(K)리그 감독으로 가느냐”는 질문에 “단기적인 관점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축구 발전의 초석이 될 수 있는 어떤 형태의 일이든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허 감독은 “월드컵 본선 경쟁력에서 한국은 체력이나 정신·조직력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볼터치나 패스, 순간 상황판단과 영리한 플레이는 부족하다”며 “이런 것들은 시간이 걸리지만 기초에서부터 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 감독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월드컵 본선 첫 경기 그리스전 승리와 16강 확정 때였고, 좌절은 잘 느끼지 않는다”며 “밤잠을 설치며 응원해준 붉은 악마 등 축구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도 하고 공부할 것도 많지만 당장은 조용한 데서 가족과 함께 쉬고 싶다”고 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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