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월드컵서 독일과 8강전
클로제 동점골로 승부차기
벤치서 ‘패배’ 지켜보기만
4강문턱 ‘설욕’ 기회 잡아
클로제 동점골로 승부차기
벤치서 ‘패배’ 지켜보기만
4강문턱 ‘설욕’ 기회 잡아
시곗바늘을 4년 전으로 돌려보자. 나란히 2006 독일월드컵 우승후보이던 아르헨티나와 독일은 너무도 빨리 8강전에서 만났다. 그런데 등번호 19번의 19살 유망주 리오넬 메시는 경기 내내 벤치만 지켜야 했다. 호세 페케르만 감독이 당시 최고의 플레이메이커로 각광받던 후안 로만 리켈메를 비롯해 카를로스 테베스, 에르난 크레스포 등을 더욱 신뢰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는 후반 4분 중앙수비 로베르토 아얄라의 헤딩 선제골로 앞서 나갔다. 하지만 경기 종료 10분을 앞두고 미하엘 발라크의 센터링을 받은 미로슬라프 클로제에게 통렬한 헤딩 동점골을 허용했고, 결국 승부차기에서 2-4로 져 눈물을 흘려야 했다. 어린 메시는 벤치에서 통한의 패배를 지켜보며 4년 뒤를 기약했다.
그런 두 팀이 이번에 기묘하게도 다시 8강전에서 만났다. 리오넬 메시(23·FC바르셀로나)로서는 4년 전 클로제의 독일에 당한 쓰라린 패배의 아픔을 설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게다가 이젠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팀의 간판스타가 됐고, 30살을 훌쩍 넘긴 미로슬라프 클로제(32·바이에른 뮌헨)는 여전히 최전방 공격수다.
3일 밤 11시(한국시각) 케이프타운 그린포인트 경기장에서 열리는 2010 남아공월드컵 아르헨티나와 독일의 8강전은 그래서 더욱 전세계적인 관심을 끄는 빅매치가 됐다. 메시로서는 이번 경기를 이겨야 골든볼(최우수선수)과 우승 트로피를 바라볼 수 있다.
클로제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번이 A매치 100회 출장 무대가 되는데, 이 고비를 넘지 못하면 호나우두(브라질)가 보유한 ‘월드컵 통산 개인 최다골’(15골) 기록 경신이 힘들어진다. 클로제는 현재 12골을 기록중이다.
두 팀은 역대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5차례 만나 독일이 2승2무1패로 우위를 보였다. 1986년 멕시코,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는 연속으로 두 번 결승에서 만나 장군멍군했다. 1986년에는 아르헨티나(3-2 승), 1990년에는 독일(1-0 승)이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는 독일이 우위지만, A매치 통산 전적에서는 아르헨티나가 8승5무5패로 앞서 있어 이번 승부는 예측불허다. 3월4일 뮌헨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는 아르헨티나가 곤살로 이과인(23·레알 마드리드)의 결승골로 1-0으로 이긴 바 있다.
메시-이과인-카를로스 테베스(26·맨체스터 시티)로 이어지는 아르헨티나 공격 3인방은 이번 대회 최강 공격력을 뽐낸다. 조별리그 7골, 멕시코와의 8강전 3골 등 4경기 10골(경기당 2.5골)로 출전팀 중 최다골이다.
그러나 포백진용은 다소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16강전에서 잉글랜드에 무차별 폭격을 퍼부으며 4-1 대승을 이끈 ‘전차군단’ 독일의 화력을 얼마나 막아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독일은 4경기 9골(2실점)로 아르헨티나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게다가 4년 전 아르헨티나전 승리의 주역들이 건재하다. 주장이자 오른쪽 풀백인 필리프 람(27·바이에른 뮌헨), 왼쪽 공격수 루카스 포돌스키(25·바이에른 뮌헨), 미드필더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26·바이에른 뮌헨) 등이다. 중앙 미드필더인 메수트 외질(22·베르더 브레멘)과 오른쪽 공격수인 토마스 뮐러(21·바이에른 뮌헨) 등 두 신예의 파워도 막강하다.
2일 오후 2시 현재 축구토토 매치 참가자의 40.8%가 아르헨티나의 승리를 예상했다. 독일의 승리에는 34.6%, 무승부(승부차기 제외)에는 24.63%가 투표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오른쪽)가 2006년 독일월드컵 아르헨티나와 8강전 후반 35분 1-1 동점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베를린/AFP 연합뉴스
아르헨티나 vs 독일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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