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천신만고’ 조2위…독일과 혈투 예고
‘탈락위기’ 미국, 추가시간 골 ‘조1위’로 16강행
‘탈락위기’ 미국, 추가시간 골 ‘조1위’로 16강행
웨인 루니(잉글랜드)가 짐을 싸거나, 월드컵 통산 최다골을 노리는 미로슬라프 클로제(독일)가 축제가 끝나기 전에 귀국행 비행기에 올라타야 한다. D조 1위인 ‘전차군단’ 독일과 C조 2위인 ‘축구종가’ 잉글랜드가 27일 밤 11시 블룸폰테인의 프리스테이트 경기장에서 8강행을 겨루게 됐다. C조 1위가 점쳐졌던 잉글랜드가 2위로 16강에 힘겹게 오르면서 뜻밖의 ‘빅매치’가 성사된 것이다.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몰렸다가 극적으로 C조 1위를 차지한 미국은 아프리카 국가 중 유일하게 조별리그를 통과한 가나(D조 2위)와 16강에서 다투게 됐다.
■ 너무 일찍 만난 두 팀 ‘외나무다리 혈투’를 벌이게 될 독일과 잉글랜드 모두 조별리그 3차전 승리가 아니었다면 자칫 ‘제2의 프랑스’ 신세가 될 뻔했다. 2차전까지 2무에 그쳐 16강을 위해선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잉글랜드는 23일 밤(이하 한국시각) C조 3차전 슬로베니아와의 경기에서 전반 23분 저메인 디포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100억원이 넘는 ‘연봉’에 걸맞은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비난에 시달렸던 파비오 카펠로 잉글랜드 감독도 “이게 바로 잉글랜드 축구”라며 모처럼 기를 폈다.
4년 전 독일월드컵에서 3위를 한 독일도 16강행이 험난했다. 1차전 호주와의 경기에서 4-0으로 이긴 뒤 2차전 세르비아에 0-1로 덜미를 잡혀 마지막 경기 승리가 절실했던 독일은 24일 새벽 가나와의 3차전에서 후반 15분 메수트 외질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각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면 대진표상 결승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독일과 잉글랜드는 이제 16강에서 역대 월드컵 다섯번째 맞대결을 치른다. 두 팀은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 결승에서 만나 개최국 잉글랜드가 4-2로 이겨 우승했고,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4강에선 서독이 승부차기 끝에 이기는 등 두 팀의 대결은 늘 박빙 승부였다. 독일과 잉글랜드의 A매치 역대 전적은 12승5무10패로 잉글랜드가 다소 앞선다.
■ 1분 새 바뀐 16강 운명 후반 추가시간 1분에 터진 미국 랜던 도너번의 1-0 결승골로 C조 16강 진출국의 명암이 엇갈렸다. 23일 밤 열린 미국과 알제리와의 C조 3차전이 그냥 0-0으로 끝났다면 미국은 16강 꿈을 접어야 했다. 그러나 도너번의 극적인 ‘한방’ 덕분에 미국은 1승2무(승점 5)로, 잉글랜드(1승2무)를 다득점에서 앞서 조 1위까지 차지했다.
반면 슬로베니아(1승1무1패·승점 4)는 미국이 무승부를 기록해 3무가 됐다면 16강이 가능했으나, 경기 종료 직전 터진 미국 도너번의 결승골 탓에 다 잡았던 16강을 놓쳤다. 미국으로선 오심으로 역전골이 노골로 선언돼 2-2로 비겼던 슬로베니아와의 2차전에서의 아쉬움을 통쾌하게 되갚아준 셈이 됐다. 미국은 호주와 1승1무1패로 동률을 이뤘으나 골득실차에서 앞서 D조 2위가 된 가나를 16강 상대로 맞게 됐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전차군단-축구종가 ‘16강 빅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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