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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축구·해외리그

‘노련한 진돗개’ 출사표대로 ‘사고 쳤다’

등록 2010-06-23 19:14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3일(한국시각) 더반 모저스마비다 경기장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B조 3차전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서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뒤 어깨동무를 한 채 환호하고 있다. 더반/김진수 기자 <A href="mailto:jsk@hani.co.kr">jsk@hani.co.kr</A>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3일(한국시각) 더반 모저스마비다 경기장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B조 3차전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서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뒤 어깨동무를 한 채 환호하고 있다. 더반/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선수·감독으로 월드컵 출전
권위주의 팀질서 타파 앞장
앞에선 ‘부드러운 카리스마’
뒤에선 치밀한 데이터 축구
한국축구 새역사 쓴 허정무

“국내 지도자도 그만큼 지원하면 4강 못할 감독 없다.”

2002년 한·일월드컵 뒤 일부 국내 지도자들은 볼멘소리를 했다. “수개월 합숙할 수 있는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데 누가 못하겠는가”라는, 시샘 섞인 반응이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는 외국인 감독을 중용했고, 실패를 거듭한 2007년 말에야 허정무(55) 감독에게 에스오에스(SOS)를 쳤다. 당시 대표팀 감독 선임 기술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위원은 “허정무밖에는 달리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허 감독이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견인으로 토종 감독의 자존심을 회복했다. 1998~2000년 올림픽팀과 대표팀을 맡았다가 실패했던 경험이 큰 자산이었고, 두 번 실수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한 게 성공의 열쇠다.

그는 고집불통의 ‘진돗개’다. 선배이며 원로인 이회택 기술위원장이 “걘 내가 말해도 듣지 않는다”며 고개를 흔들 정도다. 강한 카리스마는 지도자의 제1 덕목이지만, 강온이 결합된 ‘부드러운 카리스마’보다는 밑이다.


<b>허돗개와 차로봇</b> 허정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오른쪽)이 23일(한국시각) 더반 모저스마비다 경기장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B조 3차전 나이지리아와의 경기 뒤 차두리를 얼싸안고 16강 진출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더반/김진수 기자
허돗개와 차로봇 허정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오른쪽)이 23일(한국시각) 더반 모저스마비다 경기장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B조 3차전 나이지리아와의 경기 뒤 차두리를 얼싸안고 16강 진출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더반/김진수 기자
허정무의 성향은 2007년 생애 두번째로 대표팀 사령탑을 맡으면서 변했다. 2월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아연맹축구대회에서 사상 첫 중국전 대패 이튿날 선수단과 함께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추스르는 파격적인 심리요법을 썼다. 2008년 말 27살의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주장으로 임명해 권위주의 팀질서를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대체한 것도 유연해진 사고의 반영이다.

월드컵 출사표로 “유쾌한 경기를 하겠다”, “사고를 치겠다”고 말한 것은 전략가로서의 일면을 보여준다. 역대 한국 대표팀의 원정 월드컵은 ‘싸우기 전부터 주눅들었던’ 내부 붕괴가 가장 큰 문제였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 선수로 참가했고,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대표팀 트레이너, 1994년 미국월드컵 대표팀 코치를 역임한 허 감독은 선수단 조련의 초점을 ‘자신감’에 맞췄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청용(볼턴)은 23일(한국시각)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 대해 “상대가 강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지만 우린 두려울 게 없다”고 했다. 기성용(셀틱)은 “월드컵 기간 한 번도 기죽었던 적이 없다”고 했다.

각질처럼 경직된 한국 축구문화에는 도발이 필요했고, 허 감독은 기꺼이 “총대를 멨다”. 그는 대표팀 훈련기간 평균 5일에 하루씩은 온전한 휴식을 줬다. 취재진조차 의아해하자 “선수 시절 느꼈던 것이다. 조급한 마음에 1~2시간 더 운동한다고 나아지지 않는다. 선수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운동의 질보다 양에만 치중해온 과거 한국 축구 풍토에 대한 사망선고다.

바둑 아마 4단의 고수인 허 감독은 치밀한 준비의 대가이기도 하다. 선수들의 심박수와 이동거리 등을 측정해 체력상황을 점검할 수 있는 ‘경기력 측정 시스템’을 도입하고, 체력회복을 위해 하루 8차례씩 선수들에게 단백질 영양제를 마시도록 강제한다. 해발 1000m 이상의 고지대 훈련캠프 설치 등은 저지대 경기에서도 효과를 발휘했다.


허 감독은 여론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신문이나 뉴스를 안 본다”고 했다. 지난달 말 23명의 최종 명단을 선정할 때는 동고동락해온 선수를 내치는 등 16강이라는 목표를 위해 선수 기용에서 철저한 실리를 추구했다. ‘2009 올해의 아시아 감독’ 허정무의 마이웨이는 진행형이다.

더반/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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