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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정대세 “우리식으로 잘 했는데…”

등록 2010-06-16 20:02수정 2010-10-28 16:34

인민 루니 ‘국가’ 들으며 눈물
북한, 43년만에 월드컵서 골
“우리도 브라질도 잘 싸웠다”
브라질전 선전한 북한

경기 전 북한 국가가 연주되는 순간, 정대세(26·가와사키 프론탈레)는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삭발 투혼으로 나선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세계를 향해 크게 날개를 펼치라’는 뜻의 그의 이름(大世)처럼 이날 그는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맹활약을 펼쳤다.

주심 휘슬이 울리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삼바군단’ 브라질과 맞부닥뜨렸지만, 105위 ‘천리마’ 북한 선수들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공격형 미드필더 홍영조(28·FK로스토프)는 빠른 움직임으로 정대세에게 공간을 만들어줬고, 위협적인 슛까지 퍼부었다.

16일 새벽(이하 한국시각) 요하네스버그 엘리스파크 경기장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G조 1차전. ‘죽음의 조’ 두번째 경기에서 북한이 브라질을 맞아 선전했으나 1-2로 아쉽게 졌다. 북한은 후반 10분 오른쪽 풀백 마이콩(인터밀란)에게 선제골, 후반 27분 일라누(갈라타사라이)에게 추가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하지만 후반 44분 34살 노장 지윤남(4.25체육단)이 상대 진영을 폭발적으로 파고들며 벌칙구역 왼쪽에서 통렬한 왼발슛으로 골문을 갈라 강한 인상을 남겼다.


■ 눈물의 이유 정대세는 경기 뒤 “너무 혼났다”면서도 “우리 식으로 가고 있었는데 문지기 실수로 골을 먹어서 졌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경기에 앞서 눈물을 흘린 이유에 대해 “세계선수권대회에 설 수 있어 너무 벅찼다”고 말했다. 정대세는 어렸을 적부터 눈물이 많아 고교 시절 감독의 애정 어린 질책에도, 어머니의 따스한 걱정에도 늘 ‘울음보’를 터뜨렸다고 한다. 이전 대표팀 경기에서도 국가 연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져 종종 눈물을 터뜨려 왔는데, 44년 만의 월드컵 경기에서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 경기 뒤에는 한국어, 일어, 영어, 포르투갈어 등 4개국 말을 섞어 브라질 등 외국 언론들의 취재에 응했는데, 그는 일본 내 총련계 민족학교 교사 출신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학에 재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지고도 당당한 선수들 북한의 핵심 미드필더 안영학(32·일본 오미야)은 “우리도 잘했고, 브라질도 잘했다”며 “전반에는 우리가 우리 식으로 경기를 펼치며 잘했다. 브라질이 계속해서 패스를 해서, 후반 들어서는 속도를 올리고 공격해서 힘들었다”고 했다. 이날 미드필더로 나선 박남철(25·4.25체육단)은 “상대가 아무리 세다 해도 우리가 절대 떨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우리가 우리 식으로 경기하면 포르투갈이나 코트디부아르도 이길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정훈(59) 북한 감독도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브라질이라는 강팀을 상대로 비록 이기지는 못했지만, 우리 선수들이 잘 싸웠다고 생각한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다음 경기 전략에 대해서는 “목적 달성을 위해 승리하는 게 물론 중요하다”며 “다음 경기까지 닷새 시간이 있으니, 방어로부터 역습할 것인지, 공격을 취할 것인지 앞으로 결심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21일 저녁 8시30분 케이프타운에서 포르투갈과 2차전을 벌인다.

요하네스버그/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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