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살 수비수로 대표팀 ‘맏형’
2004년 발탁 40여경기 출전
2004년 발탁 40여경기 출전
마치 그리스전에서 터진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쐐기골을 다시 보는 듯했다. 북한 축구대표팀 지윤남(34)은 16일(한국시각) 세계 최강 브라질과의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1-2로 따라가는 만회골을 터뜨렸다.
지윤남은 수비 5명이 늘어서는 ‘5백’의 왼쪽 윙백이나 ‘3백’에서 왼쪽 미드필더를 맡는 수비형 선수다. 하지만 이날 지윤남은 브라질 벌칙구역 안에서 공을 달고 수비 두 명 틈새를 파고들더니, 문지기와 맞선 상황에서 감각적인 왼발슛으로 골을 터뜨렸다. 북한이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 이후 43년10개월 만에 월드컵 골을 맛본 순간이었다.
이날 지윤남은 원래 보직인 수비에서도 상대 공격을 감싸안듯 막는다는 이른바 ‘보쌈 수비’의 일원으로 브라질의 막강 화력을 잘 방어했다. 지윤남은 북한 ‘4.25체육단’ 소속으로 북한 대표팀의 ‘맏형’이라는 사실 외에 그다지 알려진 게 없다. 2004년 대표팀에 뽑혔지만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주로 수비를 맡아 40여 차례 국가대항전에서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로이터> 등 외신들은 이날 “북한은 열심히 싸웠고, 지윤남의 왼발 슛이 이변의 결말을 만들 뻔했다”며 그의 활약을 놀라워했다.
지윤남은 경기 뒤 국제축구연맹(FIFA) 누리집에 올라온 인터뷰에서 “세계 최고 팀을 맞아 첫 골까지 넣어 기쁘지만 후반에 집중력을 잃었고 내리 실점을 했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뒤 상의를 벗은 그의 몸이 놀라울 만큼 탄탄한 근육질이어서, 국내에서는 누리꾼들로부터 ‘실전 전투 복근’, ‘인민 복근’ 등으로 불리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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