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에 1-0…원정 첫 승리
‘사무라이’ 일본이 산뜻하게 출발했다.
오카다 다케시 감독의 일본 축구대표팀은 14일(한국시각) 블롬폰테인에서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E조 1차전 카메룬과의 경기에서 공격수 혼다 게이스케(CSKA모스크바)의 결승골로 아프리카의 강호 카메룬을 1-0으로 이겼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첫선을 보인 일본은 원정 월드컵 사상 첫 승리를 거뒀다. 오카다 감독은 월드컵 직전 각종 평가전 부진으로 곤경을 겪었지만 이날 승리로 어깨를 펼 수 있게 됐다. 카메룬은 체격의 우위를 살리지 못했고, 날카로움도 보여주지 못해 아프리카팀들의 초반 위축 대열에 합류했다.
■ 오카다 감독의 도박 성공 오카다 일본 감독은 이날 카메룬전에서 주전인 나라자키 세이고(나고야) 대신 백업 골키퍼인 가와시마 에이지(가와사키)를 내세웠다. 가와시마는 27살의 중견이지만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는 한 경기도 나오지 않은 후보요원이다. 오카다 감독은 팀내 변화를 주기 위해 일본 축구의 간판인 ‘프리킥 달인’ 나카무라 순스케(요코하마)도 선발진에서 뺐다. 대신 해외파 혼다(CSKA모스크바)를 최전방에 내세웠고, 경기 내내 강력한 압박으로 상대를 옭아매는 뛰는 축구로 나섰다. 혼다는 11km를 주행하며 일본 공격의 활력소가 됐다. 결승골은 전반 39분 일본이 터뜨린 단 한 차례의 슈팅에서 터졌다.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마쓰이 다이스케(그라노블)가 골대 앞으로 띄워준 공을 카메룬 수비수들이 처리하지 못하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혼다가 발로 잡아세운 뒤 골키퍼의 움직임을 보고 가볍게 왼발로 차 넣었다. 선제골을 잡은 일본은 수비를 안정화시키면서, 다급해진 카메룬의 허점을 노리는 작전으로 막판 거세진 카메룬의 공세를 막아냈다. 체격적인 면에서 우위를 보인 카메룬은 사뮈엘 에투(인터밀란)를 최전방에 내세웠지만, 제공권을 장악하지도 못했고 문전 공격의 예리함도 떨어졌다.
■ 일본 원정 첫 경기 기록 1998년 월드컵 무대에 등장한 일본은 2006년 독일월드컵까지 두 차례의 원정 월드컵에서 3골을 기록했지만, 승리를 거둔 적은 없다. 더욱이 개막전에서는 1무2패로 약했다. 반면, 안방 경기였던 2002 한·일월드컵에서는 개막전 승리를 비롯해 4경기에서 5골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는 완벽하게 경기를 주도하면서 원정에 약했던 약점을 극복했다. 슈팅수에서는 5-8로 뒤졌지만, 5개의 슈팅 모두가 골대 안을 향한 유효슈팅이었다. 카메룬의 유효슈팅은 4개에 그쳤다. 일본은 공 점유율에서 45%-55%로 그쳤지만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지 않는 집중력으로 강적을 잡았다. 반면 카메룬은 첫골 실점 상황에서 수비 두명이 뒤쪽 공간의 혼다를 경계하지 못하는 등 수비에 결함이 있었고, 중앙 공격에서도 일본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히자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면서 반전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 아프리카팀들의 부진 카메룬의 패배로 이번 월드컵에서 안방 이점을 볼 것으로 지목됐던 아프리카 팀들의 부진이 이어졌다. 앞서 C조의 알제리는 슬로베니아에 0-1로 졌고, B조의 나이지리아 또한 아르헨티나에 0-1로 졌다. A조의 남아공은 개막전 멕시코 전에서 1-1로 비겼고, D조의 가나가 세르비아를 1-0으로 꺾어 간신히 체면을 세웠다. 6개 출전국 가운데 마지막으로 남은 코트디부아르는 15일 포르투갈과 G조 첫 경기를 펼친다. 반면 동아시아의 한국과 일본은 사상 첫 원정 월드컵 승리를 따내면서 16강행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했다. G조의 북한이 세계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쉽지 않은 경기를 펼치겠지만, 동아시아 3국의 기세는 아프리카대륙과 달리 매우 높은 편이다.
루스텐버그/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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