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탱크’ 체력으로 10km 뛰며 공수 지휘
정교한 드리블에 골 결정력까지 ‘역시 캡틴’
정교한 드리블에 골 결정력까지 ‘역시 캡틴’
보고 또 봐도 지겹지 않다. 음미할수록 맛이 우러나는 진국이랄까. 캡틴 박지성을 보는 축구팬들의 한결같은 느낌이다. 승리로 직결되는 영양만점의 플레이. 박지성이 한국 축구의 아이콘인 까닭은 바로 그 감동의 공급원이기 때문이다.
12일(현지시각)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B조 첫 경기 그리스전에서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쐐기골(2-0승)은 아시아 축구사의 명품으로 남을 것 같다. 이 골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뽑은 ‘오늘의 골’에 선정됐다. 중원에서 언제든 공을 가로챌 수 있는 천부적인 자질에 맨유에서 다듬어진 정교해진 드리블, 기회를 놓치지 않는 집중력이 세계적 수준이다. 2002 한·일, 2006 독일월드컵에서도 골을 터트린 박지성은 3개 대회 연속 득점한 첫 아시아 선수가 됐다.
박지성은 큰 경기에 강하다. 지난해 2월 아시아 최종예선 이란 원정 동점골(1-1), 6월 서울 안방대결 동점골(1-1)로 월드컵 무패 본선행의 발판을 만들었다. 이달 초 스페인 평가전(0-1패)에 출전하지 않으면서 컨디션을 조절한 것도 대가답다. 긴장도 높은 첫 경기에서 추가골을 터뜨리면서 분위기를 가속시킨 박지성은 한국의 원정 월드컵 최다골 차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11명의 팀 경기에서 헌신하고 도와주는 이타주의는 절대적인 요소다. 박지성은 주장으로서 선수단을 필승 의지로 묶어내는 기폭제가 됐다. 허정무 감독의 “승리하겠다”는 목표는 선수단 전체로 전염됐다. 박지성은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훈련장이나 호텔 숙소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반복해 강조해왔다. 그리스전에서는 이동거리 10㎞가 넘는 활동량으로 몸으로 보여주었다.
‘골 넣는 수비수’ 이정수(30·가시마)는 소리 없이 강하다. 공격수 출신답게 득점 가담은 부전공이다. 허정무 감독의 발탁으로 2008년 대표선수로 데뷔한 이래 간판급으로 성장했다. 전반 7분 선제골은 역대 한국의 월드컵 경기 가운데 가장 일찍 터진 골 기록이기도 하다. 단순한 한 골 이상의 효과가 있는 선취골 덕분에 그리스가 조급해지면서 한국으로선 역습의 효과가 배가됐다.
한국 축구는 박지성의 존재로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는 경기를 펴는 팀으로 인식되고 있다. 전반 그리스 쪽에 기울던 남아공 팬들의 응원이 후반 한국 쪽으로 완전히 기운 것은 그 예다. 2010년 ‘대~한민국’의 축구 열기는 작은 거인 박지성의 발끝에서부터 화산처럼 분출하고 있다.
포트엘리자베스/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B조 하이라이트 영상] 한국, 그리스에 2:0 완승
12일 밤(한국시간)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B조 첫경기 한국-그리스 경기에서 박지성이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연합
한국-그리스 기록 분석.
이정수 골 장면.
▶[B조 하이라이트 영상] 한국, 그리스에 2:0 완승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