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월드컵때 ‘육탄전’ 인연
허 “우리 스타일대로 한다”
마 “결승까지 7경기 준비”
허 “우리 스타일대로 한다”
마 “결승까지 7경기 준비”
허정무(55·왼쪽 사진)와 디에고 마라도나(50·오른쪽)가 각각 한국과 아르헨티나 감독으로 24년 만에 그라운드에서 재회한다. 첫 만남의 기억은 서로에게 그다지 아름답지 않게 남아 있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 조별리그 A조 첫 경기에서 허정무 선수는 마라도나 선수에게 ‘로킥’을 날렸다. 당대 최고의 공격수였던 마라도나가 한국 진영을 휘젓자, 미드필더를 맡았던 허정무가 공 대신 마라도나의 무릎 위쪽을 제대로 걷어찬 것이다. 마라도나는 허정무의 거친 전담 수비에 여러 차례 그라운드에 나뒹굴어야 했고, 허정무는 외국 언론한테서 ‘태권 축구’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었다.
당시 승부에선 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가 3-1 완승을 거뒀다. 게다가 허정무는 1무2패로 조별리그 탈락의 쓴맛을 본 반면, 마라도나는 축구사에 길이 남을 ‘60m 드리블 골’ 등 최고의 기량으로 아르헨티나에 우승컵을 안겼다.
이들은 이번 남아공월드컵 본선 2차전에서 ‘지략’으로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첫 월드컵 지휘봉을 쥔 두 감독은 본선 첫 경기에서 그리스와 나이지리아를 꺾고 나란히 1승을 거뒀다. 2차전에서 승리하면 16강행을 확정지을 수 있다.
두 감독 모두 4-4-2 전형을 선호하지만, 미드필더 출신의 허 감독은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단단한 미드필더를 앞세워 강력한 우승후보인 아르헨티나에 역습 전술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마라도나 감독은 세계 최고의 공격수답게 리오넬 메시(23·바르셀로나) 등을 앞세운 가공할 공격 축구를 선보여왔다.
모범생 스타일의 허 감독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를 인정하면서도, 한국인 감독 첫 월드컵 승리의 기세를 앞세워 간단히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허 감독은 그리스와의 경기를 승리로 이끈 뒤 “아르헨티나가 좋은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고, 우승후보로 꼽힐 만큼 강하기 때문에 어려운 경기를 예상한다”면서도 “강한 팀이라고 주눅들지 않고, 우리 스타일의 경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천명’인 50살의 나이에도 여전히 ‘악동’으로 불리는 마라도나 감독은 한국과의 경기에 대해 별다른 언급조차 않고 있다. 마라도나 감독은 나이지리아와의 경기 뒤 “이번 승리가 다음 경기(한국전)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결승까지) 7경기를 치르려면 많은 것이 향상돼야 한다”며 벌써부터 ‘결승전’을 바라보고 있다.
포트엘리자베스/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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