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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징” 대한민국의 ‘유쾌한 도발’이 시작됐다

등록 2010-06-12 22:40수정 2010-06-13 08:41

그리스 ‘해적선’ 맞아 시종일관 압도…2-0으로 격파
허정무 감독 “유쾌한 경기하겠다” 적중…수 싸움도 앞서
 “서프라이징(surprising).”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이 그리스전 쾌승(2-0)을 거두자 나온 반응은 ‘이변’과 ‘돌풍’이다. 경기 전부터 외신기자나 남아공의 축구팬들은 “한국이 이길 것이다”라는 말을 많이 해왔다. 그러나 월드컵같은 큰 무대 첫 경기에서 한국이 완승을 거두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리스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위이고, 한국은 47위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또 공은 둥글기 때문에 언제든 승패는 요동을 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은 완벽한 판 장악으로 이번 대회 돌풍의 팀으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12일(현지시각)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 경기장의 분위기가 그랬다.

▶[B조 하이라이트 영상] 한국, 그리스에 2:0 완승

■ 시종일관 압도한 경기 한국은 전반 7분 수비수 이정수의 통렬한 슛으로 1-0으로 앞섰다. 이정수는 전반 7분 기성용이 코너 부근에서 올린 프리킥 크로스가 상대 수비수 넘어 정확하게 날아오자, 오른발 안쪽으로 가볍게 차 넣어 골망을 흔들었다. 기성용의 낮고 빠른 킥이 정밀했고, 이정수의 공간 선점이 절묘했다. 구석 부근에서 영리한 플레이로 상대의 반칙을 얻어낸 고참 이영표의 눈부신 활약도 큰 힘이 됐다. 경기 시작부터 서서 경기를 지켜본 허정무 감독은 두 주먹을 불끈쥐고 환호성을 올렸다. 이후 제공권을 활용한 그리스의 공중공격이 이어졌지만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의 한국 수비진을 뚫기는 불가능했다. 그동안 맏형 이운재의 그늘에 가렸다가 극적으로 선발 골키퍼 장갑을 낀 정성룡도 눈부신 선방으로 경기를 안정적으로 만들었다. 후반 6분 터진 박지성의 완벽한 돌파와 골은 한폭의 그림이었다. 상대 수비실수를 틈타 공을 가로챈뒤 20여m를 드리블 돌파한 뒤 골망을 출렁일 때는 남아공 팬들도 환성을 질렀다. 그리스는 후반 동작이 빠른 살핀기디스와 결정력이 있는 카페타노스 등을 투입해 변화를 시도했지만 단순한 플레이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 기성용, 김정우의 빛나는 중원 장악

허정무 감독은 이날 박주영과 염기훈을 투톱으로 내세우고, 미드필드 왼쪽부터 박지성, 기성용, 김정우, 이청용을 배치한 4-4-2 전형으로 나섰다. 수비 진용은 조용형과 이정수를 중심으로 좌우에 이영표와 차두리가 섰다. 비교적 빠른 발을 통한 그리스 배후를 노리려는 작전이었다. 그리고 적중했다. 미드필드를 장악한 기성용과 김정우 덕분이었다. 기성용은 공을 잡으면 여유있고, 영리하게 처리했고, 김정우는 특유의 부지런함과 예측력으로 상대의 길목을 차단했다. 최전방의 박주영은 스피드있는 침투와 공중볼 경합등에서 세계 톱수준에 있음을 보여 주었다. 주로 미드필드 패스 플레이와 측면을 파고든 침투에 그리스 수비진은 적확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수 싸움에서 허정무 감독이 오토 레하겔 그리스 감독을 앞선 것이다.

그리스는 애초 예상한 수비 전형의 스리백과 측면의 미드필더가 가담하는 5백 시스템을 대신, 공격 성향이 있는 4-3-3 전형으로 나왔다. 최전방에 월드컵 유럽예선 최다골(10골) 주인공 게카스를 두었고, 측면 날개 공격수로 장신의 사마라스와 하리스테아스를 배치했다. 그러나 공격의 주 루트가 미드필드에서의 짧은 패스가 아니라 고공플레이를 주로 했다. 준비가 안돼있는 팀이라는 인상도 주었다. 전반부터 벤치에 앉아 있었던 레하겔 감독은 후반 다급해진 상황에서 일어나 선수들을 독려했다.


■유쾌한 도발의 성공

허 감독은 “유쾌한 경기를 하겠다” “사고를 치겠다”고 했다. 이청용은 “즐겁게 차겠다”고 화답했다. 이런 심리적 조절은 경기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선수들은 공을 잡으면 차분했고,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박지성, 이영표 등 해외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선배 선수들이 초반부터 공을 관리하면서 리듬을 우리쪽으로 끌어온 것도 큰 힘이다. 공격할 때는 밀물듯이 들어오고, 수비 때는 전원 가담하는 것도 대표팀이 줄곧 준비해온 체력훈련의 결과물이다. 투혼도 한 몫했다. 수비수 조용형은 상대의 발이 높은 상태에서도 머리로 공을 거둬냈고, 이영표는 골망으로 향하는 상대 슈팅을 몸으로 막아냈다. 자신감을 잔뜩 축적시켜 이날 100% 이상 쏟게 만든 허 감독의 지략이 성공한 순간이었다.

포트 엘리자베스/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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