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빛 때문에 울고 싶었던 정성룡
한국은 그리그 선수뿐 아니라 햇볕과도 싸워야 했다.
12일(현지시각)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B조 1차전 그리스전. 제주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처럼 해안가에 자리잡은 넬슨만델라경기장. 경기가 한낮은 1시30분에 열렸기도 하지만, 설계에 문제가 있는지 한국쪽 문전에 햇볕이 정면으로 비쳤다. 골키퍼 정성룡과 조용형, 이정수의 수비진용 등 모든 선수들은 상대의 세트피스 상황에서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정성룡은 고공침투가 계속되자 공을 잡아채기보다는 펀칭이나, 미리 뛰어나와 처리하는 선제공격 방식으로 골문을 지켰다. 전반 45분이 다되도록 비추던 햇살은 그리스 진영으로 바뀐 후반이 되자, 경기장 그늘막에 완전히 들어가면서 한국쪽으로서는 얄미운 햇볕이 됐다. 앞으로 넬슨만델라경기장에서 싸우는 팀들은 1시30분 경기 때 어느쪽 골문을 배정받느냐도 신경을 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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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아공팬들도 한국응원
남아공 팬들이 가득한 그리스 골문 뒤쪽은 한국과 그리스의 서포터스가 없는 중간지대다. 그런데 이곳에서도 변화가 일었다. 전반 한국이 선제골을 넣은 뒤 그리스쪽의 공격때 주로 응원을 하던 남아공 관중들이 후반 박지성이 추가골이 터지고, 이어 경기를 주도하자 한국이 좋은 경기 모습을 보일 때 부부젤라를 불고, 응원 함성을 질렀다. 마지막에 염기훈의 슈팅이 맞고 흐른 것을 이청용이 오른발 안쪽으로 강하게 찬 것이 골키퍼 손맞고 나가자, 환상적인 플레이에 운동장이 떠나갈듯한 부부젤라 소리가 울렸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재미있는 경기를 펼치는 한국 축구에 마음이 기운 것으로 보인다.
■응원도 역시 붉은 유니폼의 한국
한국은 경기력 뿐 아니라 응원에서도 그리스를 압도했다. 본부석 건너편의 양쪽에 자리잡은 한국과 그리스의 응원단 규모는 일단 붉은 색이 많아 보였다. 대략 교민 등 1천명 넘은 응원단이 태극기를 들고 응원전을 폈다. 경기 시작 전 양국 국가 연주 행사 때는 압권이었다. 붉은 악마 회원으로 추정되는 응원단이 관중석 한 블록을 가득 메울 정도의 대형 태극기를 물결치듯 펼치면서 보는이들의 시선을 깜짝 놀라게 했다. 본부석 쪽에서도 대형 태극기 물결로 한국 팀에 힘을 실어 주었다. 이에 비해 그리스는 푸른색의 대형 유니폼 한장을 소품으로 사용했는데, 크기에서 밀리면서 응원전부터 한국이 한발 치고 나갔다. 아리랑응원단도 전통 복장을 입고 꽹과리와 북을 두드리면서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포트엘리자베스/김창금기자kimck@hani.co.kr
포트엘리자베스/김창금기자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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