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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와 시련의 아프리카 축구장 바깥의 역사도 보라

등록 2010-06-10 20:44수정 2010-06-10 22:52

[2010 남아공월드컵 개막]
상처와 시련 함께 살펴야 월드컵 풍요
정윤수의 자블라니 오딧세이 /

이제 곧 월드컵이 열린다. 어디서? 남아프리카공화국! 나는 이 점에 주목한다. 한때 남아공 대신 3개 나라를 대체 후보지로 검토하겠다는 얘기도 있었다. 2008년 가을, 국제축구연맹(FIFA)은 치안 문제와 준비 부족을 이유로 대체 국가 3곳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동안 피파는 축구장을 상상을 초월하는 상업주의 잔치판으로 만들어 왔는데, 그나마 단 한 가지 칭찬해야 할 게 있다면 마침내 남아공에서 월드컵이 열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점이 중요하다. 물론 다급한 소식이 들려오고는 있다. 세계의 축구팬은 자국의 경기 그 자체에 몰입할 때만큼이나 더 긴장된 상태로 며칠 동안 그곳에 머물러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만약 개최국을 다른 나라로 바꿨다면 그것은 피파 역사의 가장 끔찍한 오점이 되었을 것이다. 월드컵이 그야말로 ‘월드’의 ‘컵’이 되기 위해서는 진실로 남아공에서 아름답게 치러져야만 한다.

우리의 기억을 되살려보자. 2002 한·일월드컵 때, 대표팀은 4강 신화를 이뤘고 우리는 광장에서 밤을 지새웠다. 그때 세계는 무엇을 보았는가? 경제발전으로 약진하는 정보통신(IT) 강국? 그런 점이 있다. 가난을 이겨낸 거대한 빌딩과 도로들? 그것도 주목할 만한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가난과 독재를 딛고 선 한국인들의 함성과 열정이었다.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얻은 최대의 성과는 바로 이 문화적 열망의 아름다운 분출이었다. 자율적이며 활기차고 열정적인 모습들. 세계인은 강제로 동원된 군중이 아니라 저마다 다양한 삶의 욕망과 열정을 가진 이 한반도의 수많은 개인들을 지켜본 것이다.

남아공에서 월드컵이 열린다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인류사적 보편성의 어떤 지평을 함께 확인하고 공감하는 것이다. 그것은 그 어떤 차별도 없는, 그 차별에 의한 폭력이나 배제가 발생하지 않는, 21세기적 가치의 실현이다.

남아공의 소웨토. 4일 이 도시에서는 피파 트로피 전시 행사를 보기 위해 몰려든 수백 명의 주민들이 잔치를 벌였다. 소웨토란 어떤 곳인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34년 전인 1976년 6월16일 이 도시에서 대규모 저항이 벌어졌다. 남아공 현대사 100년의 비극이 되는 인종차별에 맞서 수많은 흑인들이 거리에 나섰다. 이 소웨토의 저항이 기폭제가 돼 오늘날 마침내 남아공이 월드컵을 통해 세계인과 더불어 인류사의 보편적 가치를 함께 나누게 된 것이다.

어디 남아공뿐인가. 우리의 맞상대인 나이지리아는 지옥 같은 내전 상황에 놓여 있다. 아마 월드컵이 치러지는 동안에는 잠시나마 총성이 멈출 것이다. 그리스는 최악의 경제위기에 몰려 있고, 아르헨티나는 포클랜드섬을 두고 영국과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다른 조의 여러 나라 대표팀 역시 저마다의 고통과 상처를 안고 남아공에 모여들었다.

물론 우리는 축구 그 자체에 몰입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축구장 바깥의 역사와 문화도 함께 응시해야 한다. 수많은 나라들의 상처와 시련과 갈등을 아울러 살필 때 월드컵은 더욱 풍요로워지는 것이다. 다름 아닌 남아공! 바로 그곳에서 열리는 월드컵 아닌가.

스포츠·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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