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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축구·해외리그

지구촌 축구잔치 뒤편 흑인빈민 서글픈 현실

등록 2010-06-07 19:43수정 2010-10-28 17:50

‘저승사자’ 베르하이옌 불호령
저산소 마스크로 호흡훈련 나서
김경무 선임기자의 생생 남아공 /

‘I am a Bin, Clean up worldcup.’

지난 6일 오후 북한과 나이지리아의 평가전 취재를 위해 프리토리아에서 인근 요하네스버그로 자동차로 가는 중이었습니다. 한 교차로에서 이런 글이 새겨진 비닐봉지를 가슴에 내건 흑인 남자 모습이 확 들어오더군요. ‘나는 쓰레기통이니, 깨끗한 월드컵을 위해 버릴 게 있으면 이곳에 넣고 가라. (대신 돈을 내라.)’ 뭐 그런 메시지인 것 같았습니다. 차들이 신호등에 걸려 교차로에 멈춰서면, 옷걸이나 각 나라 국기 등을 들고 다가와서는 다짜고짜 사달라는 흑인 남자들의 그런 모습은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사상 처음 열리는 월드컵. 그것이 이 흑인 빈민들에게 던지는 의미는 과연 이런 것일까,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일본의 소니 등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스폰서들의 대형 펼침막이 거리 곳곳에 내걸리고, 노란색 남아공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에서 월드컵이 코앞에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치 불치병 같은 치안 부재로 인한 강도들의 출몰로 도심에서 외국 관광객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등 월드컵 축제 분위기는 거의 느낄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한국 등 각 나라에서 많은 취재진들이 와 있지만, 도심이나 거리를 걸어다니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저녁에 맥주 한잔하러 나갈 수도 없습니다. 최근 월드컵 취재를 위해 요하네스버그에 온 한국 방송사 취재진이 잇따라 강도들에게 습격을 당하고 목을 졸리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더욱 그런 분위기입니다. 상가 등에도 안전을 담당하는 요원들이 배치돼 있기는 하지만,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강도 위협 때문에 화장실 가면서도 주위를 살펴야 합니다. 택시도 탈 수 없습니다. 택시 운전자가 종종 강도로 돌변하는 일까지 있다고 합니다.

북한-나이지리아 평가전은 요하네스버그 외곽 흑인 집단거주지역인 템비사의 마쿨롱이라는 지역에서 열렸는데, 판잣집보다 못한 텐트촌에서 열악한 생활을 꾸리는 흑인들의 모습이 참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월드컵을 개최하지만, 슬픈 모습이다. 템비사는 30~40년 전 생겨나 현재 700만명 정도가 거주하고 있다.” 차량 가이드를 하는 워너 브리트(25)라는 프리토리아 대학원생은 ‘서글픈 현실’이라고 했습니다.

‘KE NAKO Celebrate Africa’s humanity’. 이번 남아공월드컵조직위원회가 내건 슬로건으로, 경기장에 가면 볼 수 있습니다. 키 나코는 ‘이제 때가 됐다’(It is time)는 뜻의 ‘소토어’로, 이 슬로건은 아프리카인들의 ‘비상’ 의지를 담았다고 합니다. 템비사 지역을 둘러보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축구장이 곳곳에 마련돼 있어, 어린이들이 축구를 통해 디디에 드로그바 같은 축구 스타가 되기 위해 꿈을 키우는 듯했습니다. 북한-나이지리아 평가전을 보러 몰려든 어린이들의 해맑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면서 축구와 월드컵을 통한 그들의 희망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남아공월드컵이, 지난한 삶을 헤쳐나가고 있는 흑인 남아공인들에게 한줄기 희망의 빛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프리토리아/김경무 선임기자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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