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제라드’ 기성용(셀틱)이 5일 노이슈티프트 훈련장에서 전날 스페인과의 평가전(0-1 패)에서 쏜 중거리슛이 팀 동료 박주영(AS모나코)의 머리를 맞고 나온 것에 대해 기자들에게 얘길 하며 웃고 있다 영상갈무리
“웃겼어요!”
한국의 ‘제라드’ 기성용(셀틱)이 4일 새벽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티볼리 경기장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평가전(0-1패) 후반 벌칙구역 앞에서 쏜 중거리슛이 팀 동료 박주영(AS모나코)의 머리를 맞고 나온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기성용은 경기 하루가 지난 노이슈티프트 훈련장에서 열린 회복훈련 앞 기자회견에서 “골인지 알았다. 그런데 머리를 맞고 나와 아쉬웠다”고 했다. 그러나 “나중에 형만나 들어보니, 형도 피하려고 했는데 맞았다고 해서 미안했다”고 말했다.
기성용은 “셀틱에 있었을 때는 경기에 많이 출장하지 못했지만, 대표팀에 와서는 개인적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며 “앞으로 쉽지 않은 본선 경기가 있지만 나름대로 충분히 준비해 자신있다”고 했다. 이적과 관련해서는, “팀에서 많이 못 뛰었기 때문에 진로를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셀틱) 감독이 바뀔 수 있어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스페인과 평가전 장소였던 티볼리 경기장을 찾았던 세뇰 귀네슈 전 FC서울 감독이 “셀틱이 허락한다면 기성용을 우리팀(터키 트라브존스포르)으로 영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던 것과 관련해, “경기장을 찾아오신 걸 몰랐고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적 여부는 “월드컵 이후 결정하겠다”고 못을 박았다.
스페인 선수들과 만나서 주눅들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위축되지 않았다. 어차피 한 수위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기 때문에 배운다는 생각으로, 겸손한 자세로 임했다”며 “강팀과 평가전 을 하면 많은 공부가 된다”고 했다. 그는 “스페인의 세계적인 선수들이 텔레비전에서 보는 것과 많이 달랐던 것 같다”며 “비록 졌지만 세계적인 선수들과 싸우면서 좋은 장면도 많이 있었다”고 위안했다.
스페인전 전반 공격형 미드필더와 오른쪽 미드필더로 나섰던 김재성은 “막차를 탔기 때문에 잃는 것보다 앞만 보면서 가고 있다. 경쟁하면서 좋은 모습 보이면 축구 인생에 좋은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김재성은 “스페인전이 끝나자 선배들이 좋은 경험을 했다고 격려해 주었다”며 “가운데로 보직을 변경하면서 헷갈리기도 한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수비적인 부분에 충실하면서 공격에 아쉬움이 남기는 했지만 좋은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5일 새벽 남아공으로 출발하기 전 마지막 회복훈련을 했다. 선수들은 어느때보다 밝았다. 공을 돌리면서 몸을 풀 때는 소풍나온 것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지속됐다. 스페인전 패배가 독이 아니라 약이 됐고, 선수단의 자신감을 확 끌어올린 중요한 계기가 됐음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노이슈티프트/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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