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운재(37·수원 삼성), 정성룡(25·성남 일화)
“경쟁관계는 언제나 좋은 일이다.”(허정무 감독) 말하는 사람은 쉽지만, 듣는 선수는 미칠 노릇이다. 그러나 경쟁은 발전의 견인차이면서 선택의 발판이다. 이 엄격한 잣대 위에서 피를 말리는 선수가 이운재(37·수원 삼성·왼쪽 사진)와 정성룡(25·성남 일화·오른쪽)이다. 이운재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기우는 해라면, 정성룡은 정오의 하늘을 향해 솟는 태양이다. 두 선수의 명암은 에콰도르(16일)와 일본(24일)과의 두 차례 대표팀 평가전 뒤 더 선명해졌다. 뜻밖에도 두 차례 모두 정성룡이 주전 골키퍼 장갑을 끼고 나왔고, 이운재는 벤치에 앉았다. 이운재의 가슴은 무너졌겠지만, 허정무 감독은 “경쟁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다. 팀을 위해서는 당연하다”고 했다. 26일(한국시각) 오스트리아 고지대 노이슈티프트 훈련장. 1시간30분 훈련을 마친 이운재와 정성룡의 표정이 대조적이었다. 정성룡은 기가 넘쳤고, 이운재는 조금 무거운 표정이었다. 월드컵 4회 출장의 관록의 골키퍼이며 대표팀 맏형의 고민이 보였다. 이운재는 자타가 인정하는 부동의 수문장이다. 문제는 2010 남아공월드컵 첫 대결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허 감독이나 코칭스태프가 생각할 때, 이운재는 절정의 컨디션이 아니다. 벤치에 앉게 되면서 심리적으로 좀더 위축됐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허 감독은 “경기를 밖에서 바라보게 되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분위기다. 반면 정성룡은 꿈에 부풀었다. 골키퍼는 특수 포지션이라 한번 결정되면 몇년, 또는 십몇년 동안 바뀌지 않는다. 그런데 주전 자리를 꿰찰 기회가 온 것이다. 대표팀은 30일 밤 10시(한국시각) 오스트리아 쿠프슈타인 스타디움에서 벨라루스와 친선경기를 치른다. 월드컵 출전이 보장된 골키퍼 3명으로서는 확실한 우위를 잡기 위한 중요한 무대다. 쫓기는 처지의 이운재가 더 초조하다. 냉혹한 코칭스태프는 “그 정도 경쟁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한다.
노이슈티프트/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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