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이청용, 포지션 넘나들며 일본진영 혼빼놔
4-2-3-1 변형 합격점…중앙수비·골키퍼 경쟁 치열
4-2-3-1 변형 합격점…중앙수비·골키퍼 경쟁 치열
허정무(55) 감독이 요즘 기자들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어떤 분위기에서든 주눅들지 않고 선수들이 자기 플레이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을 코앞에 두고 B조 조별리그에서 만날 그리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등 상대팀에 대한 분석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기량을 100% 발휘하는 게 더 필요하다는 뜻이다.
24일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2-0 완승을 거둔 뒤에도, 허 감독은 “냉정을 잃지 않고 원정 분위기에서 경기를 잘 풀어가자고 선수들에게 주문했는데, 그런 것들이 승리의 요인이었던 것 같다”며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실제 최정예가 총출동한 3월3일 코트디부아르와의 런던 평가전(2-0 승)을 시작으로, 16일 에콰도르와의 서울 평가전(2-0 승), 그리고 이번 평가전까지 최근 3경기를 보면, 대표팀 주전들은 물론 백업 멤버들까지 허 감독의 주문대로 기대 이상의 플레이를 보였다. 강호를 만나서도 수비는 전혀 흔들리지 않고 탄탄한 조직력을 선보였고, 공격진은 무려 6골을 합작해냈다. 남아공월드컵 본선 16강 진출에 기대를 걸게 하는 대목이다.
■ “골키퍼·중앙 수비 주전이 누구야?” 무엇보다 허 감독의 선수 운용 폭이 넓어지고, 그만큼 주전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포지션별) 선의의 경쟁은 나이를 떠나 항상 필요하다.” 허 감독은 일본전 뒤 “이운재(37·수원 삼성)가 최근 2경기 연속 벤치 신세를 졌는데, 경기장 밖에서 바라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골키퍼도 백업 멤버가 좋아야 하는데, 정성룡(25·성남 일화)이 잘해줘 기대된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그동안 골키퍼 자리는 베테랑 이운재가 확고하게 주전을 꿰찬 듯했지만, 정성룡이 2경기 연속 선발 출장해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둘의 경쟁구도로 바뀐 양상이다.
중앙 수비수 자리도 마찬가지다. 조용형(27·제주 유나이티드)과 이정수(30·가시마 앤틀러스)의 조합이 주전으로 굳어지는가 싶었으나, 곽태휘(29·교토상가)가 가세하면서 3자 경쟁구도가 됐다. 허 감독은 에콰도르전에서는 조용형-곽태휘, 일본전에서는 이정수-곽태휘 조합을 각각 주전으로 투입해 가능성을 실험했는데, 두 조합 모두 무실점으로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허 감독은 이정수-곽태휘 조합에 대해 “처음 선발이었는데 괜찮았다”며 “본선까지 둘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겠다”고 했다.
좌우 풀백 자리는 이영표(33·알힐랄)와 차두리(30·프라이부르크)가 사실상 주전으로 낙점됐고, 김동진(28·울산 현대)과 오범석(26·울산 현대)이 백업 요원이 된 양상이다.
■ 전천후 박지성, 고정 포지션이 없다 허 감독은 일본전 전반에 4-4-2 포메이션을 가동했는데,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좌우 공격수 등 세 자리를 수시로 넘나드는 폭넓은 활동으로 상대를 교란시키며 공격의 핵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원래 대표팀에서 오른쪽 공격을 맡았던 이청용(22·볼턴 원더러스)도 수시로 왼쪽 공격수로 이동하는 등 한쪽 측면만을 고집하지 않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이에 대해 허 감독은 “공격수들이 전체적으로 능력이 있기 때문에 고정된 포지션 없이 움직이도록 주문하고 있고, 이를 장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왼발의 달인’ 염기훈(27·수원 삼성)도 최근 투톱으로 출격했지만, 좌우 측면에서도 효과적인 플레이를 펼치고 기성용(21·셀틱)과 함께 프리킥과 코너킥을 분담하는 등 다양한 능력으로 감독의 전술 운용 폭을 넓혀 주고 있다.
■ “4-2-3-1도 괜찮네” 일본전 후반 가동한 4-2-3-1 포메이션도 일단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박주영(AS모나코)을 원톱, 기성용-박지성-이청용을 그 뒷선, 김정우(28·광주 상무)와 김남일(33·톰 톰스크)을 ‘더블 볼란치’(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하는 전술이었다. 이에 대해 허 감독은 “전형을 바꾼 상황에서 공격의 날카로움이 있었다. 가운데 침투 패스가 많았다”고 일단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후반 왼쪽 공격수로 변신한 기성용은 “4-2-3-1 때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고 했다. 한편 축구대표팀은 25일 일본을 떠나 1200m 고지대에 위치한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노이스티프트로 떠났으며, 다음달 5일 남아공 루스텐버그 입성 때까지 이곳에서 전력을 담금질할 예정이다. 이 기간 중 벨라루스(30일 밤 10시), 스페인(6월4일 새벽 1시)과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른다. 도쿄/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 “4-2-3-1도 괜찮네” 일본전 후반 가동한 4-2-3-1 포메이션도 일단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박주영(AS모나코)을 원톱, 기성용-박지성-이청용을 그 뒷선, 김정우(28·광주 상무)와 김남일(33·톰 톰스크)을 ‘더블 볼란치’(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하는 전술이었다. 이에 대해 허 감독은 “전형을 바꾼 상황에서 공격의 날카로움이 있었다. 가운데 침투 패스가 많았다”고 일단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후반 왼쪽 공격수로 변신한 기성용은 “4-2-3-1 때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고 했다. 한편 축구대표팀은 25일 일본을 떠나 1200m 고지대에 위치한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노이스티프트로 떠났으며, 다음달 5일 남아공 루스텐버그 입성 때까지 이곳에서 전력을 담금질할 예정이다. 이 기간 중 벨라루스(30일 밤 10시), 스페인(6월4일 새벽 1시)과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른다. 도쿄/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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