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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축구 본때’…허정무, 희망봉 대장정

등록 2010-05-20 19:53수정 2010-10-29 11:15

체력·조직력 바탕 ‘빠른 패스 공격’
부드러운 리더십, 선수 자신감 ‘업’
86월드컵 마라도나 육탄수비 인연
24년만에 지도자로 리턴매치 ‘관심’




[2010 남아공월드컵] ⑨ B조의 감독들

“요즘 밤잠을 못 잔다.”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의 심정은 큰 시험을 앞둔 수험생과 같다. 축구 지도자의 ‘꽃’인 대표팀 감독으로 월드컵 무대에 나가는 영광을 얻었지만 부담이 훨씬 크다. 2002년 한·일월드컵, 2006년 독일월드컵 등에 나섰던 외국인 감독과 달리 토종이어서 어깨는 더 무겁다. 적어도 그들보다 못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 한국-허정무(55) ‘진돗개’ 허 감독은 실력과 뚝심의 지도자다. 2007년 말 부임 뒤 2008년 1월 칠레와의 첫 평가전(0-1 패)을 빼면, 2009년 6월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까지 지지 않았다. 최종예선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북한 등 까다로운 상대를 제쳐 조 1위로 본선에 올랐다. 경우의 수를 따지는 옛날의 구차함은 없어졌다. 그러나 조금만 부진하다 싶으면 쏟아지는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게 대표팀 감독의 운명이다. 본선 확정 때까지 “축구 색깔이 뭐냐?”, “조직력을 갖춰야 할 때인데, 왜 그렇게 선수를 자주 바꿔 기용하느냐?”, “답답한 경기에 속 터진다” 등의 질타가 쏟아졌다. 심지어 ‘허무 축구’라는 감정 섞인 조롱도 나왔다. 하지만 “허~허~” 웃음으로 넘기는 허허실실 철학으로 ‘마이 웨이’를 관철시켰다.

허 감독은 전략적으로 월드컵 팀을 만들어 왔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외국처럼 뛰어난 선수가 많지 않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신 숫자 싸움과 협동과 조직력, 체력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보다, 헌신할 수 있고 조화할 수 있는 선수들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빠른 패스에 의한 공격”을 지향하지만, 아직 완성된 형태에는 이르지 못했다. 다만 한정된 자원에서 다수의 선수를 기용하면서 경쟁은 극대화됐고, 대표팀의 문화가 됐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알힐랄), 설기현(포항), 이천수 등 2002 월드컵의 주역은 모두 1998~2000년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허 감독이 발탁했다. 전문가가 뽑은 남아공월드컵 한국 최고의 기대주 이청용(볼턴)과 기성용(셀틱)을 대표팀의 간판으로 성장시켰다. 과거의 강성 이미지와 달리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고 자신감을 북돋워주는 데서 대가의 용병술이 느껴진다.

허 감독은 월드컵 출사표에서 “주눅들지 않고, 유쾌하게 도전하겠다. 사고를 치겠다”고 했다. 역대 월드컵 무대에서 선배들이 먼저 기부터 죽고, 시차적응도 하지 못한 것을 되풀이 하지 말자는 뜻이다. 20대 신세대의 발랄한 표현방식을 택함으로써, 젊은 세대가 중심인 선수들에게 설득력을 높이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 2008년 말 대표팀 주장에 과감하게 박지성을 발탁한 것도 젊은 분위기로 팀을 이끌어가려는 허 감독의 변신술을 보여준다.


허 감독은 과거 히딩크 감독처럼 오랜 기간 선수들을 훈련시킬 수 없었다. 시시때때로 프로 경기장을 찾아가 선수들을 점검했고, 대표팀 해산 때 요구사항을 주문하면서 팀을 만들어 왔다. 낯설고 힘든 상황을 극복하면서 감독도 팀도 단련됐다.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기대감이 큰 것은 잡초처럼 밟히면서 더 강한 생명력으로 위기를 헤쳐나온 허 감독이 있기 때문이다.


■ 그리스-오토 레하겔(72) 독일 출신 레하겔 감독은 이번 월드컵 최고령 감독이다. 10년간 그리스팀을 맡아오면서 선수들에게는 아버지처럼 여겨지고 있다. 2004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우승 이변을 이끈 명장이다. 남아공월드컵 유럽 예선에서도 플레이오프를 거쳤지만 팀을 본선으로 이끌었다. 영국의 월간 <월드사커>는 “그리스의 희망은 완벽하고 때로는 고집스러워 보이는 레하겔 감독의 (수비) 전술에 있다”고 썼다. 레하겔 감독은 “수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기기 위해서 경기를 한다”고 말하고 있다.

■ 아르헨티나-디에고 마라도나(50) 20세기 최고의 선수로 꼽히며, 1986년 멕시코월드컵 우승 주역이다. 당시 잉글랜드와의 8강전 후반 6분 손으로 쳐서 넣은 골로 ‘악동’의 이미지와, 3분 뒤 자기 진영에서 공을 잡은 뒤 상대 골키퍼까지 5명을 제치는 신기의 드리블로 골을 넣은 ‘천재’의 이미지가 양립한다. 당시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한국의 허정무와 만난 마라도나는 허정무의 강력한 견제를 받았다. 2008년 아르헨티나 감독으로 부임했지만 선수 때의 명성과 달리 본선에 오르기까지 위험한 고비를 많이 넘겼다. 본선 무대 성적이 마라도나 감독을 최종 평가할 것으로 보인다.

■ 나이지리아-라르스 라예르베크(62) 스웨덴 출신으로, 남아공월드컵 유럽예선에서 스웨덴이 탈락하자 나이지리아 사령탑으로 옮겼다. 스웨덴 청소년대표팀을 포함해 근 20년 동안 스웨덴 대표팀을 위해 일했다. 2002 한·일월드컵 때는 공동으로, 2006년 독일월드컵 때는 단독으로 스웨덴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다. 남아공월드컵 유럽예선에서 덴마크, 포르투갈에 밀려 3위를 하면서 물러났다. 2월에 나이지리아를 맡아 시간이 촉박하고, 나이지리아 축구팬들의 기대감이 높아 압박감이 크다. 라예르베크 감독은 “나이지리아 선수들은 개인기가 좋지만 조직화돼 있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끝>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사진 AP 로이터 연합뉴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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