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 (22·한국)
[2010 남아공월드컵 D-23] ⑦ B조의 오른쪽 측면공격수들
현대 축구에서 가장 효과적인 공격 루트는 좌우 측면이라 할 수 있다. 수비수와 미드필더로 빼곡히 메워진 중앙을 파고들어 골을 넣기란 여간해선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앙 미드필더가 양쪽 측면으로 공을 찔러주면, 이를 받은 측면 공격수가 상대 수비수 한 명쯤 제친 뒤 터치라인 쪽을 파고들며 공을 문전으로 띄우면 골 기회가 많이 난다. 일선 감독들이 정석처럼 여기는 공격 루트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측면 공격수가 누구냐에 따라 팀 색깔이 달라진다’는 말까지 나온다. 허정무호가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을 노릴 수 있는 것은, 바로 측면 공격수들이 국제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 포지션의 새로운 아이콘이 바로 이청용(22·볼턴 원더러스)이다. 지난 16일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에서도 그의 진가가 유감없이 드러났다. 후반 시작과 함께 왼쪽 공격수인 박지성 자리에 들어선 이청용은 현란한 볼터치와 빠른 드리블로 한국팀 측면공격을 주도했고, 후반 중반에는 오른쪽으로 이동해 전광석화 같은 문전질주로 팀의 두번째 골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남아공월드컵 B조 오른쪽 공격수로는 그리스의 디미트리스 살핑기디스(29·파나티나이코스), 아르헨티나의 호나스 구티에레스(27·뉴캐슬 유나이티드), 나이지리아의 피터 오뎀윙기(29·로코모티프 모스크바) 등이 있지만, 이청용이 단연 발군이다. ‘빅리그 젊은피’ 자신감으로
‘공격의 왕도’ 측면 완전장악 살핀기디스·구티에레스·오뎀윙기
왼쪽윙백 이영표와 맞대결 예고
■ 이청용 “우리나라에서는 참 보기 드문 선수다. 보통 공격수들이 빠르면 기술이 없고 머리가 부족한 경향이 있는데, 이청용은 빠르면서 기술과 센스가 있다. 영리한 플레이를 펼치고, 경기운영도 잘한다.” 과거 축구대표팀 스트라이커로 명성을 날렸던 최진한 FC서울 2군 감독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이청용이 통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런 능력 때문이다. 이청용은, 왼쪽 측면공격을 책임지는 ‘캡틴’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스타일도 사뭇 다르다고 전문가들을 평가한다. 박지성은 ‘산소탱크’라는 별명에 걸맞게 많이 움직이면서 공간을 창출하는 스타일이고, 이청용은 화려한 기술과 드리블로 상대를 제치면서 공간을 만들어내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박지성과 이청용이 이런 스타일로 상대 좌우 측면을 공략하면, 박주영(AS모나코)이나 이동국(전북 현대) 등 골잡이들이 많은 득점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결국 허정무호의 16강 진출 여부는 둘이 주도하는 측면공격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월3일 코트디부아르와의 런던 평가전에서 박지성은 왼쪽 윙백 이영표(알힐랄), 이청용은 오른쪽 윙백 차두리(프라이부르크)와 찰떡호흡을 맞추며 상대 측면을 효과적으로 유린했고, 축구대표팀은 2-0 완승을 거둘 수 있었다. “이청용은 기본적으로 상당히 영리한 플레이를 한다. 드리블도 상대 수비수 동작을 읽으면서 할 정도로 뛰어나고, 경기 흐름을 제대로 탈 줄 안다.” 박문성 <에스비에스>(SBS) 해설위원은 이렇게 평가하면서 “이청용은 기성용(셀틱)과 함께 어느 팀을 만나도 주눅들지 않고 자신감을 펼칠 수 있는 영파워의 상징”이라고 했다.
B조의 오른쪽 측면공격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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