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과 함께 청소년축구대표팀 공격을 책임지고 있는 김승용(FC서울). 골뒤풀이에 관한한 그는 대한민국 최고라고 할만하다. 1월27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8개국 초청 국제청소년축구대회 일본과의 결승전. 김승용은 전반 41분 결승골을 멋지게 집어넣은 뒤 당시 최고의 유행이던 ‘리마리오’의 더듬이춤을 골세리머니로 췄다. ‘기도’ 일색 세리머니에 무료해하던 팬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오노 세리머니’가 사회성 짙은 성격이었다면, ‘더듬이춤 세리머니’는 문화적 유행을 그라운드에 접목한 것이었다. 낮이 되자 인터넷엔 난리가 났고, 이후 김승용은 ‘리마리용’이 됐다.
화제의 주인공 김승용이 2탄을 준비했다. 무대는 10일부터 열리는 네덜란드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1일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난 김승용은 “이번엔 (김)진규와 둘이서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부산컵 국제대회 때 실컷 준비해놓고도 골을 못넣어 묵혀 온 것을 다시 갈고 닦고 있는 것. “내용이 뭐냐”고 묻자 쭈뼛쭈뼛했다. 재차 묻자 “비슷한 컨셉”이라고 무겁게 입을 뗐다. 이른바 “〈개콘〉과 〈웃찾사〉 캐릭터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기사에 안 쓸테니 말해달라”고 다그쳐도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기만 할 뿐이다. 빠른 발로 한국의 왼쪽 최전방을 누빌 김승용.
이런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스위스전(13일)에서 멋진 골과 세리머니를 펼친 그가 나이지리아전(16일) 전날 밤에 다음 세리머니를 궁리하느라 머리 싸매는 장면을….
파주/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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