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선수발탁 신중‥ 또 신중
고집쟁이인가? 사려가 깊은 것인가?
조 본프레레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대표팀의 선수 교체와 관련해 ‘신중론’을 강조하고 있다. 본프레레 감독은 11일 축구협회 기술위원회에서 ‘현 대표팀에 대해 굳은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뭐라고 해도 팀 구상은 자신이 하고, 직접 책임지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그러나 일부 축구팬들은 “수비가 불안하다” “공격수에 박주영을 발탁하라”고 요구하는 등 본프레레 감독한테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누구보다 속이 탈 본프레레 감독. 과연 그는 무슨 생각을 할까?
◇ 새 선수들이 잘 안보인다= 본프레레 감독은 요즘 프로축구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쓸만한 인재를 찾느라 정신이 없다. 축구협회 기술위원회에서는 ‘오늘은 이 선수를 지켜보라, 내일은 저 선수를 지켜보라’며 일일히 추천을 해주고 있다. 주로 수비수다. 그러나 딱 눈에 들어오는 선수는 없다. 이회택 기술위원장은 “묘하게 선수들을 추천해줄 때마다 그 선수가 경기 중 결정적 실수를 하거나 몸 상태가 안좋아 헤맨다”며 “그런 선수를 본프레레가 뽑겠냐?”라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실력이 좋아야 하겠지만, 운때가 맞지 않으면 새로운 대표선수가 나올 수 없다. 더욱이 본프레레 감독의 확신이 없는 바에야.
◇ 문은 열려있다= 본프레레 감독은 일본프로무대에 진출한 안정환(요코하마 마리노스)의 골 폭죽 소식에 내심 들떠있다. 지난해 6월 부임 이후 대표팀 주요 경기마다 안정환을 써 봤기 때문이다. 장점과 단점을 다 알고 있고, 그만한 공격수가 흔하지 않다는 것도 안다. 당장 “일본으로 코치를 파견해 몸 상태를 확인하겠다”고 말한 것도 몸만 준비돼 있으면 발탁하겠다는 뜻이다. “불면 날아갈 것 같다”고 평가했던 박주영(FC서울)에 대해서도 태도가 달라졌다. 본프레레 감독은 10일 2005 삼성 하우젠컵 성남-울산 경기를 지켜보면서 “박주영이 지금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6월에 국가대표팀에 합류시키는 것을 고려해보겠다”고 <조이뉴스24>가 전했다. 6월 우즈베키스탄과 쿠웨이트 원정 2연전에 발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 변화보다는 안정= 본프레레 감독이 현 대표팀 수비진에 대한 평가는 일단 ‘합격’이다.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06 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2차전 0-2 패배, 우즈베키스탄과의 3차전 2-1 승리에서 수비가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선수 개개인의 능력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 본프레레 감독의 판단이다. 강신우 기술위 부위원장은 4일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만난 뒤 “본프레레 감독 입장에서는 단점이 있더라도 전체적인 팀 전술에 맞는 선수들을 기용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조직훈련을 통해 팀을 조련해 중동원정을 떠나겠다는 게 큰 뼈대다. 다소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현 선수들의 자존심을 건드리거나 힘을 빼지 않겠다는 고도의 속셈도 들어 있다. 그러나 앞으로 1~2명 정도는 새롭게 대표팀에 발탁될 가능성은 높다. 6s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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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의 신무기들 “날좀 보소”
곽희주·이요한 수비 재목감
조병국 재활뒤 합류 유망
부족한 스피드, 아슬아슬한 공 처리, 위험한 반칙. 최근 축구대표팀이 2006 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보여준 양상들이다. 그때마다 팬들은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었다. 해결책은 없을까?
축구전문가들은 대표팀의 현 수비진용이 과거 2002 한-일월드컵 당시의 최진철-홍명보-김태영의 3백보다는 안정감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유경렬(울산), 박동혁(전북), 김진규(주빌로 이와타), 김치곤(FC서울) 등이 있지만 미덥지 못하다.
그렇다면 프로축구 무대에는 이들을 대신할 재목감이 과연 없을까? 몇 선수들은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현 대표팀 수비진에 강력한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재야의 신병기’로는 수원의 곽희주(24)가 꼽힌다. 막강 ‘레알 수원’의 왼쪽수비를 담당하고 있는데, 투지 넘치는 플레이와 깔끔한 마무리로 차범근 감독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아버렸다. 지난해 정규시즌 후반기 2경기를 빼고는 모조리 출전한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늘 전투적인 자세로 달려들기 때문에 그와 맞붙는 자리에서 제대로 된 경기력을 선보이는 상대방 공격수를 찾기란 쉽지 않다. 광운대를 휴학하고 2003년 수원에 입단해 바로 다음해에 주전을 꿰찼다.
어깨탈골 부상과 재활치료로 팀 훈련에도 빠져있는 전남의 조병국(24)도 언제든 대표팀 수비진에 가세할 수 있는 재원이다. 체력적으로 강한데다, 제공권과 스피드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공격수 출신으로 공을 다루는 능력이 뛰어나고, 상대 문앞에서 공중볼을 머리로 받아넣는 ‘골 넣는 수비수’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재활을 끝내고 빨리 실전감각을 찾는게 급선무다.
이밖에 인천 유나이티드의 ‘젊은 피’ 이요한(20)과 성남의 김영철(29)도 철벽방어를 자랑한다. 소속팀에서 오른쪽 윙백이나 미드필더로 뛰는 이요한은 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20살 이하 청소년 대표팀에서도 빼어난 활약을 선보였다. 4백에서 3백으로의 전술변화를 선보인 지난달 수원컵 국제대회 때는 빼어난 적응력으로 안정감 넘치는 수비를 자랑했다. 개인 견제 능력이 뛰어난 김영철도 늘 수비수 후보에 오르고 있다. 이들 모두 1m80 이상의 키에 몸무게 75~80㎏의 탄탄한 체격을 갖추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