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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 실패책임 오심논란 호도한 정회장 사과하라”

등록 2006-10-23 11:06수정 2006-10-23 13:04

신문선 서울방송 축구해설위원. 이정국 기자.
신문선 서울방송 축구해설위원. 이정국 기자.
[인터뷰] ‘오프사이드 해설’ 4개월만에 입 연 신문선
“피파 제소한다더니 어찌 됐나?…스포츠룰 인정안할 거면 왜 출전하나?”
“정몽준 회장은 월드컵16강 진출실패원인을 심판오심으로 몰고 간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독일월드컵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오프사이드’ 해설 논란으로 4개월간 침묵하던 신문선 SBS 해설위원(한국축구연구소 책임연구원)이 입을 열었다. 지난 17일 유럽축구연맹(UEFA) 심판강사인 윌프레드 하이트만(63)이 K리그 심판강습회에서 “골 상황에서 프라이가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지 않았다. 엘리손도 주심의 판단이 옳았고, 깃발을 든 부심이 실수했다”고 ‘오심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지 3일 만인 지난 20일 신문선 해설위원을 만났다. 중계 당시 신 위원은 “프라이 골은 오프사이드가 아니다”라고 말해 누리꾼의 거센 비난에 직면, 월드컵해설에서 전격 하차하고 중도귀국해야 했다.

신 위원은 “사실 논란거리도 아니었다. 명백한 사실이었으니까”라며 “귀국비행기 안이 오히려 더 홀가분했다. 언제가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4개월 동안 등산과 달리기 외에 외부활동을 거의 하지 않을 정도로 해설자로서의 지위에 큰 타격을 입었다.

월드컵 당시만 해도 국제심판 출신의 모 해설위원이 시사프로그램에까지 나와 “오프사이드였다. 명백한 오심”이라고 못을 박았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한술 더 떠 “국제축구연맹에 제소하겠다”고 불에 기름을 부었고 신씨는 졸지에 ‘나라를 팔아먹은, 형편없는 해설자’로 전락했다.

“당시 16강 진출의 실패의 원인을 심판 오심으로 몰아가려 했던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희생양이 필요했고요. 축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오프사이드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을 텐데, 마치 16강진출이 감독이나 선수, 축구협회가 아닌 심판 때문에 좌절되었다고 진실을 호도한 것이죠.”

하지만 그 누구도 ‘진실’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언론도, 축구 관계자도. 진실이 드러난 현재까지도, 정 회장은 국제축구연맹에 엘리손도 주심의 오심을 제소한 뒤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설명하지 않고 있다. 그는 “정 회장에 대해 개인적 감정은 없다”고 전제한 뒤 “다만, ‘내가 잘못 알았다. 그때 내가 흥분했었다. 미안하다’고 한마디 한다면 용기있고 멋있는 사람이라고 칭찬할텐데 정 회장도, 협회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신씨는 이번 일을 일회적 오심논란이 아닌 한국축구계의 구조적 문제와 연결시켜 보고 있었다.

“정 회장 이후, 축구가 정치적으로 전락했다”, “국가대표 중심의 성과 위주로 흐르고 있다”, “K리그와 유소년 등 현장축구를 살려야 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나라도 쓴소리 하지 않으면 한국축구가 산으로 가기 때문”이라는 그는 “현재 축구계 인사들이 협회가 무서워 정 회장이나 협회에 쓴소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적당히 인기도 있고, 그냥 즐기면서 살려고 하면 나도 쓴소리 할 필요도 없고, 축구연구소 만들어 시간을 빼앗길 필요도 없죠. 다만, 축구를 방치하면 안되니까 이러고 있는 겁니다. 우리 축구는 A매치 성적 위주, 과정보다는 성과 위주로 흘러가면서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고 있어요. 진정 축구가 발전하려면 선수의 세대교체, 프로팀과 K-리그가 활성화되고 유소년 축구 등 현장 하부조직이 살아야 해요.”

그는 신임 베어벡 감독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히딩크가 대표팀을 떠날 때 가장 먼저 세대교체해야 한다고 했다”며 “단기성과가 아니라 장기적 목표를 가질 것”을 주문했다. 또 기술위원회도 외국인 감독에 대해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당근과 채찍을 통해 견제와 감시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끝으로 “한국 축구의 진정한 발전은 국가대표 선수들의 성적이 아니라 K-리그가 살고, 프로팀과 유소년 축구가 살 때 가능하다”며 “축구협회도 막대한 예산이 국민들 손에서 나온 것인 만큼 국가대표와 축구협회만을 위해 예산을 쓸 것이 아니라 축구 하부조직에도 예산을 배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문선 서울방송 축구 해설위원. 이정국 기자.
신문선 서울방송 축구 해설위원. 이정국 기자.

[인터뷰 전문] 신문선 해설위원 “4개월간 등산과 달리기하며 지내왔다”

- 그동안 어떻게 지내왔나.

= 시간 나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등산을 하고, 한강변을 달렸다. 지금은 11월로 예정돼 있는 축구연구소 세미나를 준비하고 있다. 또 전국의 축구 지도자에게 배포할 포백수비 관련 지침서를 집필하고 있다.

- 월드컵 당시 스위스전 프라이골이 ‘오프사이드가 아니었다’고 해설했는데, 당시 소신 변함이 없나.

= 이는 논란거리도 아니다. 재론의 가능성이 없는 확실한 프라이의 골이다. 지난 17일 K리그 심판 강습회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심판강사로 일하고 있는 윌프레드 하이트만(63)도 “골 상황에서 프라이가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지 않았다. 엘리손도 주심의 판단이 옳았고, 깃발을 든 부심이 실수했다”고 말하지 않았나. 월드컵 당시에도 독일의 방송사들은 한국 경기가 끝난 뒤 분명하게 프라이의 골이 오프사이드 아니며, 부심이 잘못했다고 봤다.

- 해설로 인해 큰 피해를 봤는데 파장을 예상했나.

=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축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분명 오프사이드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을텐데, 아무도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나는 20년 동안 축구생활을 했고, 은퇴 이후 월드컵과 월드컵 해설을 각각 다섯 차례씩 했다. 축구의 룰에 입각해 축구선수나 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왔다. 패색이 짙을 경우 왜 졌는지, 승패의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해설자의 역할이다. 나는 당시에도 룰에 입각해서 소신을 갖고 해설했다.

프라이의 두번째 골 허용 당시 부심은 깃발을 들고 있었고, 주심은 골을 선언했다. 한국선수는 오프사이드라고 경기를 중단했다. 나도 언뜻 부심의 깃발을 보고 오프사이드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느린 그림 나오면 다시한번 정확히 설명 드리겠다”고 했고, 느린 그림을 본 뒤 “이호 선수의 발을 맞고 들어간 것 같다. 골이 굴절되어 들어갔기 때문에 오프사이드가 아니다”라고 해설했다. 이는 내 지식을 바탕으로 정확하게 설명한 것이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월드컵 중간에 귀국할 때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했다. 잘못된 냄비축구문화, 정서에 맞지 않으면 애국이 아니라고 매도하는 쓰레기문화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국제축구연맹 제소하겠다던 큰소리 어찌 됐나?”

- 축구협회와 언론의 역할은.

= 방송은 스위스전이 끝난 뒤 심판에 의해 한국축구가 죽었다고 선동적 방송을 쏟아냈다. 신문도 스위스전 오심으로 16강에 오르지 못했다고 국민을 흥분시키는 기사를 썼다. 국제심판 출신의 해설가는 시사프로그램에 나와 오프사이드라고 주장하고, 정몽준 회장은 귀국하면서 국제축구연맹에 심판 오심에 대해 제소하겠다고 했다. 얻은 것이 뭐냐?

당시 16강 진출을 못한 데 대해 협회는 희생양을 찾아야 했고, 오심 논란으로 끌고갔다. 언론도 축구 발전의 관점이 아닌 편협한 내셔널리즘으로 몰았다고 생각한다. 축구 환경에 대해 ’좌절’이라고 하면 심한 표현이지만, 축구 발전을 멀리 보지 못하고 유치한 냄비주의로 흘렀다. 정 회장은 오심 제소 뒤 무슨 후속조치를 취했나. 대표팀의 16강 탈락과 아드보카트 감독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해봤나. 이런 절차도 없이 베어벡 감독을 선임했다. 언론들은 심판 오심 논란에서 곧바로 베어벡으로 관심을 몰아가지 않았나.

스위스전 당시 오심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이미 이 문제에 대해선 명쾌하게 결론을 냈고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도 조용한 가운데 오프사이드가 아니라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17일 강연에서도 이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정몽준 회장은 한마디 사과도 않고 있다. 언론도 이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고 있다. 시간이 지나 명백히 오프사이드가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됐는데, 자기반성하고 자기고백하는 사람이 한사람도 없는 것이 가슴 아프다.

당시 내가 주장했던 것은 스포츠 룰이다. 이 룰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면, 우리가 왜 월드컵에 나가나. 축구가 지구촌의 인기를 끄는 것은 이런 룰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룰을 우리 식으로만 해석한다면 이건 스포츠가 아니다. 애국도 아니다. 한번쯤 깊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어느 야구 해설가가 전화를 했더라. 월드컵 이후 해설하다 조금만 애매한 상황이 되면 하나같이 “애매하네요”, “안타깝네요” 하고 정확한 해설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사건 이후 전문가가 아닌 것을 아니라고 나서 말하지 못해”

- 인터넷에서 많은 공격을 받았는데.

= 나는 인터넷에서 여론이 조작됐다고 생각한다. 특정한 목적을 갖고 있는 집단들이 공격했다. 인터넷 문화, 그릇된 애국심과 국수주의 사고에 갖혀 있는 사람들에게 내 사례가 메시지로 남기를 바란다. 국수주의, 잘못된 애국심으로 축구를 농간하고 왜곡해서는 안된다. 냄비같은 축구문화를 개선해야 한다. 사회가 원칙에 따라 움직이고 전문가가 인정받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라도 해설자들은 스위스전 당시 주심을 사기꾼으로 매도한 것에 대해 스포츠맨으로서 자기반성해야 한다. 심판을 폄훼하고 공격하는 이런 잘못된 문화는 결국 한국 사회 각 분야에 심각한 문제로 전이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이후 전문가들이 아닌 것을 아니라고 나서서 말하지 못한다. 몰매 맞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것은 커다란 사회적인 문제다. “잘못되면 남 탓”이라고 한다. 아무도 사실을 얘기하지 않는다.

- 축구 해설이 전문성보다 시청률 지상주의로 가고 있는 느낌이다.

= 해설자는 경기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경기 흐름이나 작전, 선수와 팀에 대한 정보, 심판 판정에 대한 해석 등을 해야 한다. 재미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재미를 추구한다 해도 룰을 훼손해서는 안된다. 해설자가 룰에 대해 잘못 해석했다고 하면 엄청난 것이다. 심판을 욕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 하지만 지금은 전문성보다는 감정적인 해설을 많이 한다. “안타깝네요” “애매하네요”라고 하거나, 아예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안타깝다.

“전문성 대신 감정적 해설...‘안타깝네요’ ‘애매하네요’”

- 얘기를 돌려보자. 그렇다면, 진정한 축구의 발전은 어떤 것인가.

= 독일 월드컵 예선 3경기 동안 한국 축구에 대한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운동장 절반 이상 태극기가 있었다. 하지만 K-리그에는 관중이 없다. 83년 프로구단은 슈퍼리그로 시작된 이래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경영수지 최악의 상태로 악화하고 있다. 독일 현장에서 만난 한 구단의 단장이 말하길 “관중석에 ‘여러분 프로축구를 사랑해주십시오. 그러면 우리나라는 월드컵에서 우승할 것입니다’라고 플래카드를 걸고 싶다”고 하더라. 왜 그랬을까. 우리나라에는 축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정치집단이 있고, 그 중심에는 미디어가 있다.

일례로 스위스 경기 때 축구협회는 정 회장 밑에 대표팀 감독과 코치, 선수와 심판들이 즐비한데도 왜 오프사이드라고 봤을까. 이는 축구가 정치적으로 오염됐기 때문이다. 한국축구는 산업적 시각에서 보면 기업에서 말하는 최소비용-최대이윤을 추구하는 논리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대표팀이 그 선봉에 섰기 때문이다.

프로팀이나 유소년축구를 키우기에 앞서 대표팀의 성적을 중요하게 여긴다. 지원도 대표팀에 치중된다. 축구협회 예산의 50% 정도가 국가대표팀에 지원되는 반면 현장의 지도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지금 초등학교팀에는 선수들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10~20년 후 한국축구는 어떻게 되겠나. 하부조직이 강화되는 쪽으로 한국축구도 변해야 한다. 대표팀에 몰입하면 안된다.

- 대표팀은 뭐가 문제인가.

= 히딩크가 대표팀을 떠날 때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코엘류-본프레레-아드보카트-베어백 감독 모두 세대교체를 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아드보카트 감독이 실패했다고 본다. 이들이 계약기간을 남겨 놓고 바뀔 때마다 지불한 임금이 얼마인 줄 아나? 이 돈이면 현장 하부조직의 지도자 재교육, 심판 재교육시킬 수 있는 돈이다. 축구협회가 3~5년을 내다봤다면 한국축구가 현 상황이 되었을까 고민스럽다.

유소년 축구에 투자해야 할 비용을 마련해야 한다.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현재 450억원에 달하는 축구협회 예산만 효율적으로 써도 가능하다. 작년에 대표팀이 쓴 돈이 100억원이 훌쩍 넘고, 외국인 지도자 고용비만 26억원이다. 이렇게 예산이 집중되면 청소년팀이나 올림픽팀, 현장의 축구팀에 지원이 덜 갈 수밖에 없다. 밸런스 유지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대표팀 코칭스탭 운영만족도에 대해 80%가 불만족스럽다고 한다. 특히 외국감독 선임에 대해서도 사전에 검토하는 것이 좋다. 베어벡 감독을 선임하기 전에 축구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했다면 좋았을 뻔했다.

“아드보카트, 전지훈련 선정부터 잘못, 동행할 김동진·이호 주전 기용 문제”

- 아드보카트 감독의 문제점 무엇이었나.

= 아드보카트가 스코틀랜드로 전지훈련 간 게 잘못이다. 대회 직전 전지훈련은 시차나 기후환경이 유사한 지역으로 간다. 컨디션이 최상의 상태에 올라갈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스코틀랜드는 너무 추웠다. 면세점에서 두꺼운 파카를 사입었다. 반면 독일은 너무 더웠다.

내부적으로 러시아 데리고 간 김동진과 이호 선수를 주전으로 기용했다. 제니트에 데려갈 이들을 주전으로 빼려고 경기 중간에 이영표 선수 등을 빼지 않았나. 반면 원래 두 선수 외에 러시아행을 제안한 다른 한명의 경우 이를 거부했더니 불이익을 줬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내용에 대해 평가되지 않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에 대한 평가는 “실패”로 나온다. 아드보카트에 대한 평가, 축구협회에 대한 지원시스템 등의 문제가 16강 탈락 이후 불거진 것 같으니까 심판 오심으로 끌고 간 것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이정국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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