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선 서울방송 축구해설위원. 이정국 기자.
[인터뷰] ‘오프사이드 해설’ 4개월만에 입 연 신문선
“피파 제소한다더니 어찌 됐나?…스포츠룰 인정안할 거면 왜 출전하나?”
“피파 제소한다더니 어찌 됐나?…스포츠룰 인정안할 거면 왜 출전하나?”
“정몽준 회장은 월드컵16강 진출실패원인을 심판오심으로 몰고 간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독일월드컵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오프사이드’ 해설 논란으로 4개월간 침묵하던 신문선 SBS 해설위원(한국축구연구소 책임연구원)이 입을 열었다. 지난 17일 유럽축구연맹(UEFA) 심판강사인 윌프레드 하이트만(63)이 K리그 심판강습회에서 “골 상황에서 프라이가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지 않았다. 엘리손도 주심의 판단이 옳았고, 깃발을 든 부심이 실수했다”고 ‘오심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지 3일 만인 지난 20일 신문선 해설위원을 만났다. 중계 당시 신 위원은 “프라이 골은 오프사이드가 아니다”라고 말해 누리꾼의 거센 비난에 직면, 월드컵해설에서 전격 하차하고 중도귀국해야 했다.
신 위원은 “사실 논란거리도 아니었다. 명백한 사실이었으니까”라며 “귀국비행기 안이 오히려 더 홀가분했다. 언제가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4개월 동안 등산과 달리기 외에 외부활동을 거의 하지 않을 정도로 해설자로서의 지위에 큰 타격을 입었다.
월드컵 당시만 해도 국제심판 출신의 모 해설위원이 시사프로그램에까지 나와 “오프사이드였다. 명백한 오심”이라고 못을 박았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한술 더 떠 “국제축구연맹에 제소하겠다”고 불에 기름을 부었고 신씨는 졸지에 ‘나라를 팔아먹은, 형편없는 해설자’로 전락했다.
“당시 16강 진출의 실패의 원인을 심판 오심으로 몰아가려 했던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희생양이 필요했고요. 축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오프사이드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을 텐데, 마치 16강진출이 감독이나 선수, 축구협회가 아닌 심판 때문에 좌절되었다고 진실을 호도한 것이죠.”
하지만 그 누구도 ‘진실’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언론도, 축구 관계자도. 진실이 드러난 현재까지도, 정 회장은 국제축구연맹에 엘리손도 주심의 오심을 제소한 뒤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설명하지 않고 있다. 그는 “정 회장에 대해 개인적 감정은 없다”고 전제한 뒤 “다만, ‘내가 잘못 알았다. 그때 내가 흥분했었다. 미안하다’고 한마디 한다면 용기있고 멋있는 사람이라고 칭찬할텐데 정 회장도, 협회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신씨는 이번 일을 일회적 오심논란이 아닌 한국축구계의 구조적 문제와 연결시켜 보고 있었다.
“정 회장 이후, 축구가 정치적으로 전락했다”, “국가대표 중심의 성과 위주로 흐르고 있다”, “K리그와 유소년 등 현장축구를 살려야 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나라도 쓴소리 하지 않으면 한국축구가 산으로 가기 때문”이라는 그는 “현재 축구계 인사들이 협회가 무서워 정 회장이나 협회에 쓴소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적당히 인기도 있고, 그냥 즐기면서 살려고 하면 나도 쓴소리 할 필요도 없고, 축구연구소 만들어 시간을 빼앗길 필요도 없죠. 다만, 축구를 방치하면 안되니까 이러고 있는 겁니다. 우리 축구는 A매치 성적 위주, 과정보다는 성과 위주로 흘러가면서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고 있어요. 진정 축구가 발전하려면 선수의 세대교체, 프로팀과 K-리그가 활성화되고 유소년 축구 등 현장 하부조직이 살아야 해요.”
그는 신임 베어벡 감독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히딩크가 대표팀을 떠날 때 가장 먼저 세대교체해야 한다고 했다”며 “단기성과가 아니라 장기적 목표를 가질 것”을 주문했다. 또 기술위원회도 외국인 감독에 대해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당근과 채찍을 통해 견제와 감시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끝으로 “한국 축구의 진정한 발전은 국가대표 선수들의 성적이 아니라 K-리그가 살고, 프로팀과 유소년 축구가 살 때 가능하다”며 “축구협회도 막대한 예산이 국민들 손에서 나온 것인 만큼 국가대표와 축구협회만을 위해 예산을 쓸 것이 아니라 축구 하부조직에도 예산을 배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이정국 기자 kimmy@hani.co.kr
신문선 서울방송 축구 해설위원.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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