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왼쪽)가 22일(한국시각) 스페인 발렌시아 메스타야 경기장에서 열린 2022∼2023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 발렌시아CF와 경기 도중 인종차별 공격을 하는 팬을 향해 항의하고 있다. 발렌시아/AFP 연합뉴스
브라질 스트라이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22·레알 마드리드)에 대한 스페인 관중의 인종차별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축구를 넘어 나라 사이 문제로까지 비화하는 모양새다.
사건은 지난 22일(한국시각) 스페인 발렌시아 메스타야 경기장에서 열린 2022∼2023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 발렌시아CF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에서 일어났다. 비니시우스는 이날 경기 도중 골문 뒤쪽에 앉은 발렌시아 팬이 인종차별 공격을 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심판은 경기를 10분 동안 멈췄지만, 이 사이 발렌시아 팬들은 비니시우스를 “원숭이”라고 부르는 등 공격을 이어갔다.
격분한 비니시우스는 직접 관중석을 향해 항의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발렌시아 선수들과도 마찰을 빚었고, 심판은 그에게 퇴장을 명령했다. 비니시우스는 경기 뒤 개인 인스타그램에 “(인종차별은) 이번이 처음도,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아니다. 라리가에서 인종 차별은 일상”이라며 “이건 일부의 문제가 아니다. 리그와 협회도 인종차별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브라질 시위대가 23일(현지시각) 브라질 상파울루 주브라질 스페인 대사관 앞에서 비시니수으 주니오르에 대한 인종차별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상파울루/EPA 연합뉴스
스페인 축구계가 보여준 행동은 분노를 부채질했다. 당장 비니시우스를 퇴장시킨 심판진에 대한 항의가 쏟아졌다. 현지 언론 보도를 보면, 스페인축구연맹은 결국 당시 비디오판독(VAR)에 있던 심판 6명을 전원 해임했다. 스페인 <아스>는 “비디오판독 심판진이 비니시우스가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 장면만 (주심 등에게) 보여주고, 발렌시아 선수가 목을 조르는 장면은 생략했다”고 지적했다. 비니시우스에 대한 퇴장은 결국 사후 취소됐다.
발렌시아도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발렌시아는 23일 성명을 내 “경찰이 지난 경기에서 비니시우스에 인종차별 공격을 한 팬 3명을 확인했다”면서도 “경기장 전체에서 인종차별 공격이 있었다는 건 완전한 거짓말”이라며 일부의 문제일 뿐이라고 항변하는 데 집중했다. 스페인축구협회는 발렌시아에 향후 5경기 관중석 일부 폐쇄와 벌금 4만5000유로(약 6400만원) 징계를 내렸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예수상이 23일(한국시각) 조명을 1시간 동안 끈 채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에 대한 연대를 표현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AFP 연합뉴스
브라질 현지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22일 “파시즘과 인종차별이 축구장에 설 자리는 없다”며 스페인 당국 대응을 촉구했다. 플라비우 지누 브라질 법무부 장관은 용의자들에 대해 브라질 형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브라질은 23일 리우데자네이루 예수상 조명을 1시간 동안 끄며 비니시우스에 대한 연대를 표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