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아킨 산체스(왼쪽)와 이영표가 2002년 6월2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스페인의 2002 한일월드컵 8강전에서 공을 다투고 있다. 연합뉴스
21년 전 페널티킥 실축 뒤 망연자실하던 신예가 백전노장이 되어 그라운드를 떠난다. 스페인 축구대표팀 일원으로 2002 한일월드컵 8강에서 한국과 맞붙었던 호아킨 산체스(41·레알 베티스) 이야기다.
호아킨은 20일(한국시각) 개인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이제 마지막 시즌이라고 말해야 하는 때가 왔다. 레알 베티스는 내 인생이었다”고 했다. 은퇴 선언이다.
국내 팬들은 대부분 호아킨을
한일월드컵 8강에서 네 번째 키커로 나섰다가 실축하며 한국에 역사상 첫 4강을 안긴 비운의 선수로만 기억한다. 하지만 사실 그는 성실함을 바탕으로 꾸준하게 현역 생활을 해온 베테랑이자 스페인 대표팀 에이스였다. 호아킨은 당시 20살로, 2002년 대회가 생애 첫 월드컵이었다.
호아킨 산체스(왼쪽)가 2002년 6월2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스페인의 2002 한일월드컵 8강전에서 네 번째 키커로 나섰다가 실축한 뒤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 옆으로 환호하는 이운재가 보인다. 연합뉴스
호아킨은 현재 스페인 프리메라리가(1부리그) 통산 615경기 출전 기록을 갖고 있다. 최다 출전 역대 2위다. 8경기만 더 출전하면 1위 안도니 수비사레타(622경기·은퇴)를 넘어선다. 레알 베티스는 올 시즌 9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다만 올 시즌 리그 5위를 달리며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어, 호아킨이 얼마나 출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호아킨은 올 시즌 리그 29경기 가운데 15경기에 나왔다.
2015년 친정팀에 복귀한 호아킨은 지난해 팬들에게 큰 선물도 안겼다. 레알 베티스는 지난해 4월 열린 스페인 국왕컵(코파델레이)에서 발렌시아를 꺾고 17년 만에 우승컵을 차지했다. 1981년생인 그는 1999년 레알 베티스 B팀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해 2006∼2015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곳에서 활약했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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