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20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공동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토트넘)이 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아디다스 홍대 브랜드센터에서 열린 ‘손 커밍 데이' 행사에 참여해 2022 카타르월드컵 공인구 알 릴라를 들고 서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2014년 브라질과 2018년 러시아, 지난 두 번의 월드컵을 뜨거운 눈물로 마감했던 한국축구의 에이스는 이제 ‘캡틴’이 되어 “4년에 한 번씩 오는 기회를 부담감·무게감 때문에 놓치지 않고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표팀 후배들을 향해 “(상대가) 누가 됐든 운동장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해야, 가지고 있는 것 이상을 보여줄 수 있다”고 전한 그의 당부는 4∼8년 전 자신에게 하던 말처럼도 들렸다.
손흥민(30·토트넘)은 4일 서울 아디다스 홍대 브랜드센터에서 열린 아디다스 주관 기자회견 ‘손 커밍 데이(Son Coming Day)’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회견장에는 취재진 110여명이 몰렸다. 손흥민은 올해 전반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초의
아시아 출신 득점왕과 소속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이뤄냈고, 후반기는 2022 카타르월드컵으로 가득 채울 예정이다. 그는 “다시 0에서 시작한다”면서 지나간 성취와 다가오는 목표 사이 마음의 균형을 단단히 잡아맸다.
손흥민은 이날 리그 득점왕 경쟁이 걸려 있던 프리미어리그 마지막 경기의 뒷얘기를 들려주며 “콘테 감독님이 원래는 선수 개인의 수상 이런 건 신경 안 쓰시는 분인데, 그날은 2-0으로 전반을 마친 뒤 마지막에 ‘소니’가 득점왕 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줘야 한다고 말씀하시더라. 사실 전반에 찬스가 잘 안 와서 멘털이 나갈 뻔했었는데, 후반 되니 교체 들어오는 모라, 베르바인 다 ‘
득점왕 만들어줄게’라고 했다”면서 “득점왕보다 이런 상황이 더 기뻤다”고 말했다.
‘손 커밍 데이’ 행사를 찾은 손흥민이 취재진 앞에서 ‘찰칵 세리머니’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그는 “저랑 (포지션) 경쟁을 하는 친구들이다. 제가 계속 출전하면서 경기를 못 뛰는 상황도 있었을 텐데 그런 마음으로 저를 도와준다는 것 자체가 너무 고마웠다. 그게 진짜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손흥민은 마지막 경기 전 훈련 중에도 끊임없이 찾아와 “골든 부트(득점왕 트로피) 가져와야 한다”라고 자기 일처럼 응원해주는 팀 동료들을 보면서 “외국에 나와서도 내가 친구들하고 잘 지내고 있다는 행복감을 느꼈다”고 했다.
말하는 내내 손흥민의 겸양은 돋보였다. 그는 반복해서 사랑받는 기쁨에 고마움을 표하고 침착하게 자신의 부족함을 돌아봤다. 아버지 손웅정(60) 손축구아카데미 감독이 최근 다시 강조하며 화제가 된 ‘
아직 월드클래스 아니다’ 평가에 대해서는 “아버지 의견이라 살을 붙일 수는 없지만 저도 제가 월드클래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짜 월드클래스라면 이런 논쟁이 안 펼쳐질 것이다. 이런 논쟁 자체가 아직도 올라갈 공간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것 같다”며 동의를 표했다.
다음 주 토트넘의 쿠팡플레이 시리즈 2경기는 손흥민의 프리 시즌 출발점이 될 예정이다. 그는 “저번 시즌에 많은 업적을 이뤄냈지만 이제 그건 다 없어지는 것이다. 다시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하므로 하루하루 바쁜 스케줄 중에도 새벽에 일어나서라도 한강 둔치를 뛰는 등 꾸준히 운동하고 있다”면서 “(한국 팬들에게) 대표팀에서가 아니라 토트넘에서의 손흥민을 보여줄 수 있어 저에게는 특별한 기회”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손흥민은 오는 13일(K리그 올스타·서울), 16일(세비야·수원) 경기에서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국내 잔디를 밟는다.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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