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의 토마스 파티(왼쪽)가 13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202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9라운드 경기에서 레스터시티를 상대로 선취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우리는 남은 12경기를 모두
결승전처럼 뛰어야 한다. 이번 시즌 ‘탑4’에 드는 일은 우리에게 챔피언스리그나 프리미어리그를 우승하는 일과 같다.”
지난 8일(한국시각)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이 밝힌 각오다. 막 에버턴을 5-0으로 완파한 직후였다. ‘우승과 다를 바 없는 4위권 진입’의 의지를 다졌던 토트넘은 5일 뒤 바로 다음 경기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2-3으로 졌다. 리그 순위는 14일 현재 8위까지 쳐졌다. 4위 아스널과는 승점 6점차, 뼈아픈 일격을 안긴 5위 맨유와는 승점 5점차다.
‘탑4’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매 시즌 가장 치열한 경쟁이 몰리는 구간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4위 안에 든 팀은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챔스) 조별리그에 직행한다. 챔피언스리그는 결승전이 미국 슈퍼볼과 시청 인구 순위를 다툴 만큼 대형 이벤트다. 챔스 티켓을 따느냐 못 따느냐에 따라 구단의 명예는 물론, 재정 지원의 규모와 영입할 수 있는 선수의 등급이 달라진다. 잉글랜드의 명문구단들은 탑4에 사활을 건다.
이번 시즌 탑4의 맨 앞 두 자리는 우승 가도를 달리는 1위 맨체스터시티와 2위 리버풀이 일찌감치 선점했다. 3위와 4위, 남은 두 자리를 두고 런던 4팀과 맨체스터 한 팀이 각축전을 벌이는 중이다. 구단마다 남은 경기가 9∼12경기로 달라 셈법이 복잡하다.
<파이브써티에잇>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중인 이번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종 순위 예측 시뮬레이션.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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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본 탑4 예측 통계 분석 매체
<파이브써티에잇>이 14일 업데이트한 데이터 시뮬레이션 예측을 보면 챔스 진출 확률 기준 3위 첼시(99%), 4위 아스널(70%), 5위 토트넘(15%), 6위 맨유(11%) 순이다. 현재 리그 순위는 맨유가 5위, 토트넘이 8위로 차이가 나지만 맨유보다 2경기 덜 치른 토트넘의 상황이 유리하게 작용했다.
사실상 챔스 진출을 확정 지은 3위 첼시는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에 대한 영국 정부의 제재가 변수다. 구단주가 경영권을 박탈당했고 스폰서 후원이 줄줄이 취소되는 등 자금줄이 막힌 상황이다. 경기 외적인 불안이 경기장 안에 옮겨붙지 않도록 해야 한다. 2016년 이후 6년 만의 챔스 복귀를 노리는 4위 아스널은 분위기가 좋다. 경기도 가장 적게 치렀고 최근 리그 전적 9승1무1패로 경기력도 물이 올랐다. 다만 선수층이 얇고 리버풀, 첼시, 맨유 등 강팀과 일전이 많이 남아 있어 안심할 수 없다.
손흥민이 12일 영국 맨체스터 올드트래포드에서 열린 2021∼202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9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맨체스터/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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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스에서 손흥민 볼 수 있을까 손흥민은 3년 만에 챔스 무대에서 뛸 수 있을까. 토트넘은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정비해야 한다. 올해 토트넘의 리그 성적은 5승5패. 리그 1위 맨시티를 잡고도 바로 다음에 강등권 번리에 지는 등의 불안한 행보를 보여왔다. 일관성 부족은 맨유도 마찬가지다. 강등권 팀과 비기고(번리전 1-1, 왓포드전 0-0), 지역 라이벌 맨시티에 힘 한 번 못 쓰고 무너지는(1-4 패배) 모습으로는 4위권에 들어가기 힘들다. 올 시즌 복병 노릇을 톡톡히 하며 리그 6위에 올라있는 웨스트햄은 득점력이 떨어지면서 힘을 잃은 상태다.
토트넘은 11경기, 맨유와 웨스트햄은 9경기가 남았다. 매번 시즌 막바지가 되면 4위권 경쟁 중인 팀들이 알아서 미끄러지며 순위를 양보하는 이른바, ‘네가 가라, 챔스’ 현상이 벌어져 왔기 때문에 세 팀 모두 희망을 가져볼 법하다.
첼시의 카이 하베르츠(왼쪽)가 13일 영국 런던 스탬포드브릿지에서 열린 2021∼202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9라운드 뉴캐슬과 경기를 마친 뒤 팀 동료와 대화를 하고 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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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경기 승부처는 앞으로 싸움의 키를 쥔 경기는 탑4 경쟁팀끼리 맞붙는 승부들이다. 이 경기에서 이기면 경쟁자의 승점 3점을 빼앗게 되므로 통상 ‘승점 6점’ 승부라고 불린다. 날짜가 확정된 주요 경기는 다음과 같다.
3월17일 아스널 대 리버풀.
3월21일 토트넘 대 웨스트햄.
4월23일 아스널 대 맨유, 첼시 대 웨스트햄.
4월30일 아스널 대 웨스트햄.
5월15일 맨유 대 첼시.
여기에 더해 앞서 연기됐으나 경기 날짜가 잡히지 않은 첼시 대 아스널, 토트넘 대 아스널 경기도 남아 있다.
아울러, 최근 프리미어리그는 전반적인 팀 경쟁력의 평준화가 이루어지면서 4위 안에 들기 위한 승점 기준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최근 5시즌 동안 최종 4위팀이 획득한 승점을 보면 16~17시즌 리버풀 76점, 17~18시즌 리버풀 75점, 18~19시즌 토트넘 71점, 19~20시즌 첼시 66점, 20~21시즌 첼시 67점이었다. 이번 시즌 현재 3위 첼시는 승점 59점, 4위 아스널은 52점, 8위 토트넘은 45점이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