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11일(한국시각) 열린 2021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에서 브라질을 이기고 우승한 뒤 동료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다. 리우/AP 연합뉴스
상대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 메시는 제치려다 걸렸다. 쐐기를 박지 못한 메시는 넘어졌다. 하지만 90분 혈투 뒤의 왕좌는 ‘무관’에 시달렸던 리오넬 메시(34·FC바르셀로나)의 차지였다.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이 11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열린 2021 남미축구챔피언십(2021 코파 아메리카) 결승에서 앙헬 디마리아의 골로 브라질을 1-0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1993년 이후 28년 만의 우승이며, 통산 15번째 챔피언 등극.
메시는 바르셀로나에서는 정규리그(10회), 챔피언스리그(4회) 우승 등 숱한 트로피를 수집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연령별 대표팀이 아닌 A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우승한 적은 없다. 2016 브라질 월드컵 준우승 등 월드컵에 4회 나갔지만 정상에 미치지 못했고, 코파 아메리카에도 이전 5회 출전했지만 웃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4골 5도움으로 득점왕, 도움왕에 오르는 등 불꽃 활약을 펼치며 마침내 타이틀을 챙겼다. 다음 코파 아메리카(2024년) 시점에 37살이 되는 메시는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이번 대회에서 최우수선수(MVP)상까지 석권했다.
반면 2019년 대회 우승팀인 브라질은 대회 2연패 및 통산 10번째 우승 꿈이 깨졌다. 브라질의 네이마르는 이번 대회에서 2골 3도움을 기록했으나 팀 패배 뒤 경기장에서 오열했다.
남미 축구의 ‘양강’인 두 팀의 자존심 대결은 치열했다. 90분 동안 아르헨티나(5장)와 브라질(4장)을 합쳐 9장의 경고 카드가 나왔다. 브라질은 점유율(60%-40%)과 슈팅수(13-6) 우위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브라질의 주포 네이마르를 꽁꽁 묶는 등 수비 조직력을 살린 아르헨티나가 단 한번의 롱볼 공격에 이은 결승골로 최후의 승자가 됐다. 아르헨티나의 디 마리아는 전반 22분 로드리고 데 파울이 중앙선 아래서 한 번에 길게 넘긴 공을 브라질 수비를 따돌리며 뒷공간에서 잡아낸 뒤, 달려 나온 상대 골키퍼 에데르송의 머리 위로 띄워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 브라질이 네이마르를 앞세워 파상적인 공세를 폈지만, 경고도 불사하는 아르헨티나 수비진이 브라질에 공간을 내주지 않으면서 선제골을 지켜냈다.
브라질은 후반 7분 히샬리송의 골이 오프사이드로 판정돼 무효가 됐고, 후반 42분 가브리엘 바르보사의 발리슛마저 아르헨티나의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 골키퍼에 걸리면서 땅을 쳤다.
메시는 후반 43분 역습 상황에서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섰으나, 공을 살짝 제치려다가 걸려 주저앉았다. 하지만 팀이 추가시간 5분까지 우세를 지켜냈고, 무관의 한을 푼 메시는 마음껏 포효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