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가 인터뷰 도중 활짝 웃고 있다. 김경무 선임기자
“상금왕을 하면 좋겠지만, 오직 그것만을 위해 공을 치지는 않겠어요. 오른 발목 부상도 있으니… 남자대회인 한국오픈이 열리는 곳이니, 재밌게 코스를 공략하겠습니다.”
지난 10월 초 인천 영종도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케이이비(KEB)하나은행 챔피언십(우승상금 3억7500만원)과 같은 달 하순 부산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비엠더블유(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우승상금 3억5235만원)에서 두 차례 극적인 우승을 일궈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장하나(27·BC카드). 그는 이번주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이렇게 담담하게 말했다.
시즌 최종전은 8일부터 사흘 동안 충남 천안 우정힐스(파72·6632야드)에서 열리는 ‘에이디티(ADT) 캡스 챔피언십’(총상금 6억원, 우승상금 1억2000만원)이다. 지난주 최혜진(20·롯데)이 대상(2년 연속)과 다승왕(5승)을 확정지은 가운데, 이 대회에서 시즌 상금왕과 최저타수상 향배가 결정된다.
장하나(오른쪽)와 최혜진이 7일 천안 우정힐스컨트리클럽에서 열린 2019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최종전인 에이디티(ADT) 캡스 챔피언십 공식 포토콜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스포티즌 제공
단연 관심은 최혜진의 전관왕 여부인데, 최혜진과 장하나가 어떤 성적을 내느냐에 달려 있다. 시즌 상금에서는 최혜진이 12억314만원2636원으로 1위, 장하나가 11억4572만원3636원으로 2위를 달리고 있어 뒤집기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평균타수는 최혜진이 70.3666으로 1위, 장하나가 70.5129로 2위다.
최혜진의 전관왕을 허용하는 게 같은 무대에서 뛰는 골퍼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게 아니냐고 묻자, 장하나는 “(누군가) 한번쯤 해봐야 되지 않겠는가. 이런 이슈가 자꾸 나와야 투어도 살아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상금왕 같은데는 크게 욕심이 없다. 행복을 위해 공을 친다”고 했다.
장하나는 그동안 독특한 우승 세리머니, 에너지 넘치는 플레이(그래서 별명이 ‘하나자이저’), 부모에 대한 지극한 효심으로 팬들의 관심을 몰고 다녔다. 그의 팬클럽 이름은 ‘하나짱’. 회원이 1377명이나 된다고 그는 자랑했다.
장하나는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 진출했다가 돌연 그만두고 지난 시즌부터 한국 투어에 복귀해 그해 2차례 우승을 했으나 이후엔 다소 부진했다. 올 시즌에도 10월 이전까지는 준우승 2회, 3위 1번을 했을 뿐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하나금융 챔피언십 4라운드 마지막 18번홀에서 환상적인 아이언샷으로 공을 핀 옆에 붙여 선두를 달리던 이다연(22)을 상대로 역전우승을 일궈냈다. 이어 비엠더블유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는 연장 3차례 접전 끝에 재미동포 다니엘 강(27)을 제치고 우승했다.
“올해 한동안 우승은 없어도 꾸준히 했어요. 저도 잘 쳤는데, 다른 선수들이 너무 잘 쳐서 우승하지 못한 거였어요. 운이 없었던 거죠. 내년에 체력이 된다면 다 쓸어버리죠 뭐….” 장하나는 이렇게 말하며 깔깔 웃었다.
“내년 가면 최고참 격입니다. 눈치 볼 사람이 없어요.” 오는 19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그랜드볼룸(5층)에서 열리는 2019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대상 시상식과 관련해 그는 “협회에서 선수들한테 긴 드레스를 입도록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어깨도 큰데…. 과거 제가 3관왕 했을 때 ‘흑역사’가 있어요.”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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