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최종라운드 2홀을 남기고 사실상 역전우승이 확정되자, ‘덤보’ 전인지(24)는 응원 나온 팬들과 하이파이브까지 하는 여유를 보였다. 밝은 미소로 코스를 가득 메운 팬들의 성원에 답했고, 우승에 대한 부담감에도 샷에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지난 2016년 9월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통산 두번째 우승을 하고 그해 신인상과 베어트로피(최저타수상)를 거머쥐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데뷔 첫해를 화려하게 장식한 이후, 그는 2017년에도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2위만 무려 5번, 3위 2번 등 뒷심이 모자라 번번이 우승을 놓쳐야 했다. 올해는 5월 킹스밀 챔피언십 공동 2위를 한 게 최고성적이었다.

그러나 지난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코리아에서 열린 8개국 여자프로골프 대항전인 제3회 유엘(UL)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홀로 4전 전승을 올려 한국팀의 첫 우승에 견인차가 되며 다시 살아났고, 일주일 만에 다시 전성기 때의 샷 감각을 선보이며 마침내 우승 트로피를 올렸다.

14일 3만1555명의 갤러리가 몰려든 가운데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리조트 오션코스(파72·6316야드)에서 열린 2018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케이이비(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 최종 4라운드. 전날 공동선두인 찰리 헐(잉글랜드)과 대니엘 강(미국)에 2타 차 공동 4위(10언더파)로 출발했던 전인지는 버디 7개와 보기 1개로 6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70+70+66+66)를 기록해 역전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상금 30만달러. 2005년 7월 유에스(US) 여자오픈에서 미국 투어 첫 우승을 차지한 이후 통산 3번째 우승이다. 전인지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는 3위로 선전했다. 2014년에는 우승 문턱까지 갔으나 연장전에서 백규정한테 패하고 말았다.

경기 뒤 전인지는 방송 인터뷰에서 눈물을 쏟아내며 “지난주 인터내셔널 크라운 우승이 터닝포인트가 됐다. 이번에 부담도 많이 됐는데 우승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2년 동안 힘든 시간이었는데, 믿고 응원해주신 팬들과 스폰서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1, 2라운드 선전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박성현(25)은 버디 5개와 보기 2개를 묶어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68+68+71+69)를 기록하며 공동 3위로 처졌다. 그러나 9주 연속 세계랭킹 1위는 지켰다. 경기 뒤 박성현은 “샷감은 좋았는데 짧은 퍼트를 많이 놓쳐서 아쉬운 경기였다. 세계 2위 에리야 쭈타누깐(타이)은 이민지(호주), 대니엘 강과 공동 3위로 마쳤다. 찰리 헐은 전인지와 선두 경쟁을 벌였으나 버디 5개와 보기 4개로 부진하며 전인지에 3타 뒤진 2위에 만족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